아쉬움이 남아도 또 가고 싶은 건 왜일까
정말 오랜만에 청주 카페에 다녀왔다. 청주는 유독 대형 카페가 많다. 부지가 넓어서인지, 베이커리도 훌륭한 곳들이 많아 하나씩 찾아가 보는 재미가 있다. 요즘 어떤 신상 카페들이 생겼나 둘러보다가, 저수지 뷰에 유럽 감성까지 갖춘 공간 하나를 발견했다. 유럽 감성은 또 못 지나치지.
사진으로 봤을 땐 큰 기대는 없었는데, 주차하고 들어가는 순간, 와- 너무 예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유럽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에 높은 천장고, 여름 날씨에 걸맞게 들어오는 자연광까지 더해져 문득 소피텔 호텔이 떠올랐다. 나는 아쉽게도 끔찍하게 더운 날 방문해 테라스는 시도조차 못 했지만, 이 공간에는 반려 동물과 함께할 수 있다고 한다. 안쪽에 베이커리 진열대 역시 실제 유럽의 갑판처럼 디피되어 있었다. 프랑스를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건물 외관부터 주문하는 곳, 모든 인테리어가 프랑스를 연상시킨다.
기대 이상의 감각적인 공간에 반해 내부를 먼저 둘러보았다. 1, 2층은 화이트와 베이지, 블랙 톤이 어우러진 깔끔한 인테리어의 패밀리 존이었고, 3층은 채도 낮은 민트와 딥 브라운 조합으로 차분하고 집중하기 좋은 노키즈존이었다. 노트북 작업을 하려고 간 나는 이 3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 가면 시끄러운 경우들이 많은데, 이곳은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기에도 매우 적합하다.
또, 더워서 오래 머물진 못했지만 탁 트인 루프탑 공간도 꽤나 매력적이다. 선선한 날씨에 물멍 때리러 가기 참 좋을 듯하다.
그리고 드디어 이어지는 빵 시식 시간. 베이커리 카페에 오면 다 먹어 보고 싶은 마음에 늘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이번에도 빵을 3개나 골랐고, 제일 좋아하는 소금빵부터 시작했다. 음료는 자몽에이드를 시켰는데… 한 입 먹자마자 감이 왔다. “아, 여긴 공간에 진심인 곳이군.” 이런 예감은 거의 틀린 적이 없다. 소금빵을 자를 때 파삭—하고 버터가 흘러야 하는데, 빵은 조금 질겼고 무엇보다 버터 동굴이 없었다..!
기대를 조금 접고 다음 빵으로 넘어갔고, 결국 이곳은 ‘베스트 원 최애 카페’로 등극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 빵순이에다가 공간 러버인 나에게는 200% 합격점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공간은 참 좋았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호텔 느낌의 인테리어, 정면 통창으로 푸릇하게 펼쳐진 저수지 뷰, 높은 천장고,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오브제들까지 모두 매력적이다. 특히 입구에서부터 눈을 사로잡은 젤라또는 정말이지 안 먹어보고는 못 베기는 비쥬얼이다. 다음에 방문 시 젤라또를 먹겠다는 이야기.
날씨가 좋은 날, 자연을 바라보며 쾌적하게 힐링하고 싶어질 때 다시 오고 싶은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