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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 에세이스트 J Nov 10. 2024

cliche - 그럼 그렇지


오늘은 개학날이었습니다. 

한 달이 채 안 되었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저나 아이들이 모두 여름방학이라는 공식 행사를 치르고 모인 날이죠. 


그런데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 저희 반 아이들 중 4명은 체험학습, 1명은 갑자기 질병 결석이 발생해서

30명이 모여 앉아 있어야 하는 오늘, 25명의 얼굴만 확인 가능했습니다. 

다른 반도 들어가 보니 반마다 한두 명의 결원이 보였습니다.


저는 왜 개학 - 금요일 - 결석자의 연결고리를 이처럼 가볍게 

마치 '개연성이 있다는 듯이' 연결할 수 있는 걸까요? 


영어 단어 중에 cliche라는 단어가 있죠. 원래 프랑스에서 온 단어여서 원어는 cliché라고 씁니다.  진부한 상투적 어구나 진부하고 상투적인 줄거리 등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저의  첫 단어 이야기는 바로 이 단어, cliche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중, 고등학교 교사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공감하는 사실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출결 혹은 근태가 요일이나 날씨, 연휴나 휴일 등과 매우 밀접하다는 것을 말이죠.

가령, 월요일이나 금요일에는 유난히 아프거나 생리를 한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또한, 퐁당퐁당 연휴의 경우에는 애매하게 끼어있어 위태해 보이는 그날에 꼭 아픈 아이들이 많죠. 

비가 오거나 눈이 많이 오면 어떨까요? 이런 날은 아이들의 지각 확률이 높아지고 지각의 이유를 설명하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자연이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 주었으니 말이죠.


개학 날로 다시 돌아가 볼게요. 심지어 금요일인 우중충한 오늘로 말이죠. 

많은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빛을 내며 반짝거리고 있는 가운데에

군데군데 비어있는 일부 아이들의 빈자리가 마치 움푹 파인 구덩이 같네요.


그래요, 빠질 수도 있죠. 당연히요. 빠지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 즉 근태에 변동 가능성이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상황에 

어김없이 지각을 하고 조퇴를 하고 결석을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은 늘 정해져 있어요. 하던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하는 거죠. 


그래서 교사들은 그분들, 우리의 단골손님들이 교무실에 오시면

마음속으로... 그럼 그렇지라는 말을 저절로 떠올리게 됩니다. 


그럼 그렇지...라는 한국말 번역에 딱 어울리는 단어가 cliche라는 단어죠. 


에휴. 이런 아이들의 연락을 받거나 혹은 아이들의 부모님의 문자를 받으면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라는 생각이 들며 남몰래 한숨을 짓습니다. 한두 번이 아니니 말이죠.

그리고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오죽하면 문자를 해주실까 하는. 


그래도 오늘 저희 반 아이는 정말 많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지각을 자주 하는 아이였지만 거짓말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기에 저는 진심으로 이 아이의 쾌유를 빌어주었답니다. 


상투적인 상황이 반복되면 교사는 지치게 됩니다. 교사가 지쳐서 지도에 힘이 빠지면 

아이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겠죠. 

뻔한 스토리로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려는 마음보다는

뻔한 스토리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의 순수를 저는 여전히 믿고 바랍니다. 


개학날 빈자리를 선생님이 이렇게나 많은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우리 아이들은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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