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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 에세이스트 J Nov 15. 2024

daze - 깨어났으면 좋겠다 2

대화란 무엇일까요? 

상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행위 속에서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공감을 이루는 

그것이 대화의 본래적 의미이자 목적일 겁니다. 


앞선 이야기 속에 등장하던 그 아이가

무단결석 이틀 만에 학교에 왔습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교복도 실내화도 갖추지 않고 

동네 마실 나오는 복장으로 그렇게 등장했습니다. 

아이를 따로 불러 마주 앉았습니다. 

피곤해 보이는 멍한 눈빛의 한 소녀가 제 앞에 있었죠.

아이는 묻는 말 이외에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나마 짧게 툭툭 내뱉는 대답조차 성의라고는 없었습니다. 

저는 자초지종이 궁금하지도 않았습니다. 

아이가 말하는 이유라는 것들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건의 조각들,

인과관계도 명분도 없는 그런 조각들의 나열이었으니까요.

제가 궁금한 것은 

이미 저질러버린 과거의 삶이 아니라

과거가 데려갈 앞으로의 삶이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할 것인지

다시 센터로 돌아가 감시를 받는 생활을 하고 싶은 것인지

고등학교는 갈 것인지

20살부터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무엇보다

너의 이 모든 행동의 결과를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는지

저는 이런 것들이 궁금했습니다. 

졸업은 하는 게 좋겠죠



아이 입에서 나오는 모든 문장은 저런 식이었습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말하듯이

마치 유체이탈되어 외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듯이

마치 자신의 삶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마치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삶을 관조하듯이

지금 이곳에 자기 자신은 없었습니다. 


아이와 저 사이에 왔다 갔다 했던 그 말들은

대화가 아니었습니다.

제 말의 온도는 지나치게 높았고 

아이의 말은 거의 온도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점에서 공감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 

잡고 있어야 할 지점과 놓아야  할 지점 

아이가 부디 깨어나 자신의 삶을 주인으로서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이것만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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