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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일

by 무비 에세이스트 J

몇 년 전부터 생일이 다가오면 묘한 기대감에 사로잡힌다.

한 해의 거의 딱 중간에 자리한 나의 생일이 지나온 반년을 정화시켜 남은 반년에 갱생의 에너지를 줄 마법을 부려줄 거라는 아이 같은 그런 기대감.


생일날 풍경이 눈에 띄게 달라져간다. 축하해 주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축하받고 싶은 마음도 작아졌다. 한때 축하의 양이 내 삶과 나라는 사람의 가치와 정비례한다고 생각했던 유치하고 허황된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꼭 받고 싶은 사람들이 건네는 소박하고 따듯한 축하만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어제, 일 년 만에 김밥을 만들었다. 일 년 만에 우리 집에 찾아온 절친을 위한 것이었으나 4월 생인 그녀가 당시 캐나다에 있어 생일을 제대로 지내지 못했기 때문에 어제의 김밥은 사실상 나와 친구의 생일 음식이기도 했다. 김밥뿐인 조촐한 생일상이었지만 재료를 준비해 주신 엄마, 함께 생일을 축하할 수 있는 절친과 내가 만든 세상 맛있고 행복했던 생일상이었다.


오늘, 생일 아침에 엄마가 끓여주신 미역국을 부모님과 같이 먹으며 새삼 두 분의 존재, 건강하고 자애로운 나의 부모님, 나를 이 세상에 데려다주신 나의 부모님의 존재가 너무나 감사했다. 어쩌면 내 생일이 품고 있는 진짜 마법은 내가 여전히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바로 오늘, 그 자체가 아닐까?


오늘은 여전하고 나는 아직 생일의 마법에 걸려 있다. 잠시 후 자정이 지나고 내일이 오면 나의 마법은 1년 후를 약속하고 사라질 테지만, 돌아올 마법을 기다리는 이 마음, 마법을 믿는 이 마음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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