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사람을 중독시킨다.
그리고 행복은 감정이고, 생각이다.
따라서 우리는 '행복'이라는 감정에 중독되고 생각에 길들여진다.
행복으로 도달할 때까지 겪었던 일련의 불행, 말하자면 행복을 제외한 부정적 감정에서 받았던 고통은
행복이라는 그 짧은, 대체로 짧게 오는 그 짜릿한 감정으로 상쇄되어 버린다.
행복은 중독성이 강하다.
한번 맛본 행복은 담배보다 금단현상이 강하고
추억보다 끈질기며
인간의 모든 욕구와 욕망의 정점에 서있다.
설령 왜곡되어 있더라도 본인만 좋으면 그만이다.
행복은 홀로 생성되지 않는다.
행복은 관계에서 비롯된다.
내 감정이 행복임을 비춰주는 타인이라는 거울로
우리는 감정의 실체가 행복임을 확인한다.
행복은 이렇게 '관계'라는 집착을 낳는다.
우리는 쉴 틈 없이
관계를 형성하고
관계사이를 유영하고
관계를 끊어내고
관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그러나 관계란
실체도 나고
중심도 나고
주체도 나이니
어느새 난 관계와 한 덩어리가 되어 버린다.
이제 분리가 불가능해진다.
그럼에도
가끔은
어딘가에 덩그러니 '홀로' 놓여있고 싶은
여태 용하게 숨어있던 정체 모를 마음이 새어 나온다.
감정이 아니라 존재로
생각이 아니라 현상으로
그저 나로
시간의 바람을 맞으며
고독의 그늘에서
그냥 그렇게 그냥 그렇게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