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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소음

by 무비 에세이스트 J

글이 쓰여지지 않는다.

쓰여져 있다고 해서 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마음 깊은 곳 하고픈 말은 가득한데도

글이 되어 지면을 채우지 못한다.


생각이 너무 꽉 들어차 있다.

정리되지 않고 욱여져 있는 그것들이

하루에도 수차례 나를 불러내지만

정작 나는

정리하여 엮어낼 자신이 없다.


77세에 글을 읽어버린 한 노작가는

결국 모국어에서 자신의 언어를 찾았다 했다.

방안에 감금되어 외출을 할 수 없었던 한 사상가 역시

자신의 방 안에서 생각의 해방구를 찾았다고도 했다.


글은

삶이고, 마음이고, 생각이며, 나에 대한 설명이다.

나를 설명할 수 없는 글들은

정확한 글이 되지 않는다.

정확하지 않은 설명은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써야 할 글, 써내야 하는 글들이

마음속 가득 들어차 있다.


결국 글이 쓰여지지 않는 것은

내가 나를 설명하지 못함에 다를 바 아니다.


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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