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로움이 주는 효과
이번 여행에서는 인천-파리 구간 에어프랑스를 이용했습니다.
에어프랑스는 처음이라 재밌게 느낀 포인트와 생각을 공유해보려고요.
출발시간이 점심 즈음이라, 이륙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기내식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안내방송을 먼저 하더라고요. 그런데 좀 자세한!
(제 기억이 맞다면) 보통 '기내식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정도의 메시지였던 것 같은데,
자세한 멘트는 기억나지 않지만 '3-코스 밀이 준비되어 있고, 어떤 메뉴, 어떤 메뉴, 어떤 메뉴가 준비되어있다, 본 아페티!' 하는 조금은 긴 방송이였어요.
찾아보면 스크린이든 책자든, 메뉴 안내가 있긴 하지만
방송에서 한번 말해주니 굳이 찾아보지 않은 경우에도 어떤 메뉴를 먹을지 미리 생각해 볼 수도 있고,
기내식이 기내식이겠거니 싶지만서도 뭔가 기대를 하게 되는 마음도 들었어요.
그리고 나서 바로 기내식 서빙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물수건을 먼저 따로 하나씩 나눠주더라구요.
뜯어보니 일반적인 물티슈가 아닌, 도톰한 수건재질의 물수건이였습니다.
보들보들한 촉감이 참 마음에 들어서, 계속 만지작거리며 무슨 메뉴를 고를까 생각하면서 밥을 기다렸어요.
뭔가 대단한 음식을 먹게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하는 신기한 시간.
그 이후에 식사가 나왔고, 사실 메뉴가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하핳 :)
심지어 사진도 안 찍어놓은 거 보면 음식 자체가 인상적이였던 건 아니었다는 뜻이겠죠.
쓰리코스 밀이란 것도 보통 나오는 기내식 구성을 그냥 쓰리코스 밀이라 불렀을 뿐이였구요.
그런데 음식 그 자체보다도, 서비스하는 방식이 기억에 남는달까요.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설명하고 싶구나, 음식에 진심이구나, 뭔가 이 음식을 잘 즐겨줬으면 하는구나 하는 마음들로 느껴졌어요.
효율성만 생각한다면 방송을 길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물수건도 기내식 트레이에 올려서 한번에 줬겠죠.
위 모든 것들이 '굳이'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빠르고 간결한 것이 아니라 번거롭게 더해보는 디테일.
내가 무언가를 팔거나 서비스할 때, 나아가 일상생활에서 타인을 대할 때에도
내가 주고자 하는 것을 어떻게 전달해야
상대방이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된 마음과 기분으로 나와 만날 수 있을지,
세심한 디테일, '굳이'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 싶었답니다.
독자님께도 기억에 남는 서비스가 있나요? 비행이 아닌 어디서든요!
재밌었던 기억과 인사이트가 있다면 댓글로 들려주세요.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