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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C Nov 01. 2023

승무원이 본 한국인 구별법

"안녕하십니까? 어서오십시오" 


16년 동안 탑승이나 하기 시 승객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한국 승객들이 유독 인사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비단 공항이나 기내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아파트 엘레베이터 앞에서 이웃들을 만나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데 내가 하지 않는 이상 나한테 먼저 인사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우리 부부는 버스를 탈 때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데 그게 얼마나 낯선 광경이냐면 사람들이 흘낏 흘낏 곁눈질로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질 정도다. 


한국 사람들이 인사에 인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홍세화 선생은 책 <결>에서 "한국에서는 먼저 인사하는 것이 낮은 자의 표시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친절과 배려, 환대와 겸손은 손해 보는 일이거나 스스로 낮은 자임을 인정하는 표시가 되었다는 것이다. 


양보도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사람이 만나고 마주하는 곳곳이 기 싸움의 현장이다. 얼마 전 뉴스에서 본 고속버스 등받이 각도 때문에 욕지거리를 주고 받는 장면도 그렇고, 한문철TV의 단골 메뉴인 보복 운전 사고도 그렇고 한국에서는 유독 양보를 패배나 손해로 인식한다. 


아이러니한 건 일등석이나 비지니스석 승객들이 인사를 더 잘 받아준다는 사실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인사를 하는 게 스스로 낮은 자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유독 이코노미석에 몰려 있는 건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 지 모르겠다. 


흔히 여유로움과 밝은 성격은 은행 잔고에서 나온다고도 하는데 그 말처럼 친절과 배려, 환대는 어쩌면 경제적 여유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난 어떻게 살 것인지 스스로 '선택'한 결과라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내 작고 귀여운  통장 잔고로는 내 삶을 설명할 수 없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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