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아들이랑 며느리랑 해서 많이 다녔는데 해외여행은 처음이라우. 우리 승무원 아가씨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모르겠네. 우리 아들은 서울대 나와서 지금은 XX화재 본부장으로 있는데 아 글쎄 우리 아들 밑으로 직원이 2만 명인가 있다고 하든데 2만 명이면 그렇게 대단한 거요? 내 아들이래서 하는 말이 아니고 남들이 그렇게 우리 아들더러 보통 인물이 아니라고들 합디다. 나 같은 늙은이가 세상 돌아가는 걸 어찌 알겠누. 남들이 그렇다면 그런가부다 하는 거지. 근데 2만 명이면 보통은 넘는 거요? 이번 여행도 우리 아들이 보내주는 거라우. 애가 어렸을 때부터 효자였어. 딴 거 있나 지 혼자 공부해서 서울대 갔으면 그게 효도지. 부모라고 자식한테 변변이 해준 것도 없는데 그런 거 생각하면 지금도 맴이 애려서 눈물이 난다우. 이게 우리 아들 사진이라우. 옆에가 며느리고 가운데가 우리 손주 녀석."
"저기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어쩔 수 없이 말을 가로 막았다.
"아드님이 참 미남이시고 효자시네요. 근데 제가 여쭤본 건 식사 메뉴 어떤 걸로 하실지, 한식은 비빔밥 그리고 양식은 소고기와 생선 준비되어 있어요."
할머니나 할아버지 승객이 타면 아무 맥락없이 자식 자랑을 하염없이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 난 밀서비스(식사)가 나가는 때처럼 바쁜 시간이 아니면 최대한 그분들 얘기를 들어드리는 편이다. 정확히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분들 마음이 이해가 가고 그래서 싫지가 않다. 어쩌면 그분들 볼 때마다 시장통에서 노점 장사로 자식 다섯을 키워내신 우리 할머니 이봉순 여사를 보는 것 같아서 그럴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