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드 티켓.
모든 비행 편이 다 만석은 아니라서 남는 좌석이 있으면 직원 복지 차원에서 승무원 직계 가족에 한해 아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 이걸 제드 티켓 혹은 그냥 제드라 부른다. 우리 부부는 제드를 이용해 여행을 많이 다녔다. 남편이 내 비행을 따라오기도 한다.
함께 여행을 다닐 때 종종 남편의 영어 실력에 놀랄 때가 있다. 평범한 한국인답게 중고등학교 6년과 대학 4년, 그렇게 총 10년을 공부했지만 영어 회화는 영 젬병이다.
"Where is my hotel?"
공항에서 숙소로 가기 위해 공항 직원을 붙잡고 이런 놀라운 영어를 구사한다. 레스토랑에서는 맥주를 주문하겠다며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오백 please."
이 와중에도 공손한 양반이라 플리즈는 빼먹지 않는다. 해외 호텔 직원이 혹시 택시 필요하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남편이 씩씩하게 대답한다.
"네!"
남편은 2초 정도 지나야 본인이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빙글빙글 웃는다. 신기한 건 상대방이 다들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통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사이공 비행에 제드로 탑승한 남편이 입국심사를 빠져나오지 못한 일이 있었다. 일명 '리딴띠깨' 사건이다. 사이공 공항직원은 서너 번 남편을 입국심사 줄 끝으로 돌려보내며 '리딴띠깨'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남편은 리딴띠깨가 비자 같은 건가 싶어 예의 그 "웨어 이즈 마이 비자?"같은 영어를 하며 돌아다녔는데 어느 친절한 한국인이 "return tiket 보여달라는 것 같네요"라며 남편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남편은 리턴티켓을 리딴띠깨로 들었던 것이다. 기적의 리스닝이다.
남편은 지금도 "웨어 이즈 마이 호텔?" 같은 영어를 하며 돌아다닌다. 하도 저러고 다니니 혹시 어딘가에 진짜 남편의 호텔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