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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롱 Sep 10. 2020

어떤 사람이 PO가 되어야 할까?

요즘 많은 IT 기업에서 논의되는 프로덕트 오너란 무엇인가 알아보자.

PO는 자신이 빛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모두와 공을 나누는 겸손한 사람이자 데이터를 사랑하는 논리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한참 고민할 때 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두 직업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대학에서 Information Systems와 PR을 전공했는데, 내가 전공한 두 학문이 만나는 최적의 접점이 프로덕트 관리라고 생각했다. 당시 내가 이해하는 프로덕트 관리란 프로덕트가 브랜드의 추구 방향 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 조율하는 일이자 마케팅, 영업에 조금 더 가까운 일이었다. 나의 이해 수준이 이 정도였기에 그 때 본 프로덕트 매니저 면접은 모두 탈락했던 것 같다.


'프로덕트 오너'라는 책을 읽는 내내 저자 김성한 씨는 이래서 PO 하는 거구나 생각했다. 모든 문장이 참 이해하기 쉽게 술술 읽히는 것이 독자, 즉 고객을 충분히 배려한 글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결국 PO는 이타적이어야 한다.

고객 중심적 사고가 PO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이 구절이 특히 마음에 남았던 이유도 내가 회사 생활 중 만난 사람들 대부분이 고객 중심적이기보다는 자기 중심적, 즉 이기적이었기 때문이다. 주로 자신의 팀, 자신의 제품, 자신의 프로젝트가 빛나기보다 자신이 빛나길 원하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상위 직급을 강조하여 흔히 말하는 '찍어 누르기'를 한다던지, 자신이 아는 것이 이만큼 많으니 자신이 옳다고 목소리 높여 주장한다던지, 누군가의 피드백에 감사하기는 커녕 자신이 왜 이런 결과를 낸 것인지 재차 설명하고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말이다.


훌륭한 PO가 되기 위해서는 상위 직급으로부터 온전한 권한을 부여 받아야 한다. 위에서 이렇게 지시했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말하는 실행자가 되기보다는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증명할 수 있으며, 결과에 따라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또한 최대한 인간적인 마음을 버리고 항상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하여 반문과 Deep Dive를 습관화해야 한다. 항상 타당한 데이터를 근거로 다른 이들을 설득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만약 본인이 틀렸을 경우에도 쿨하게 틀림을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피드백에 자존심 상해 스스로를 옹호하기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빛나기보다는 고객을 위한 최고의 프로덕트를 선보이겠다는 이타적인 마음이 선행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내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매우 가치 있게 여기게 된 자질에는 두 가지가 있다. 다음 두 가지를 지닌 사람이라면 나는 기꺼이 함께 일하고 싶다. 첫째는 겸손, 둘째는 데이터에 근거하여 말하기이다. 스스로도 항상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점, 배울 것이 무한하다는 점을 잊지 않고 모두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피드백에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누군가가, 나보다 잘 아는 전문가가 이렇게 말해서 이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보다는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며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는 사람과 일할 때 때 나는 더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PO는 내가 열거한 이런 자질을 가진 사람에게 적합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나는 반가웠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커리어를 쌓다 보면 PO로서 자리잡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최근 우리 회사에서도 PO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자주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권한이 온전히 위임될 수 없는 구조이므로 PO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이므로 잃을 것이 많아 변화에 느리고 권한 위임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것부터가 의미 있는 발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기준 삼아 우리 회사에서도 좋은 PO가 양성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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