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쁘다 Jan 18. 2017

불덩이를 쥐고 있는 이들에게

2017.01.18


작은 마을에 100명의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 마을 안에는 각기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이들이 살고 있겠죠. 잘 웃는 사람. 말이 많은 사람. 조용한 사람. 숫기가 많은 사람. 남 흉을 잘 보는 사람. 돈을 밝히는 사람.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사람. 잘난척을 잘 하는 사람.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비평을 잘 하는 사람. 남을 잘 도와주는 사람.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 가족을 잘 챙기는 사람.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 일에만 빠져있는 사람. 짜증이나 화를 잘 내는 사람. 온화한 사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부드러운 사람.. 쉼 없이 타자를 쳐도 끝도 없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을겁니다.


위에 나열한 여러 성향들은 사실 우리 내면에 모두 다 조금씩 다 가지고 있는 것들입니다. 작은 마을에 사는 100명은 모두 내안에 사는 누군가라는거죠. 100명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누군가가 내안에 있을겁니다.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우리는 그에 알맞는 사람의 가면을 꺼내어 살아갑니다.
내가 타인에게 주로 꺼내드는 가면에 따라 나의 성향이 만들어지고 성격을 완성지어 가는 건 아닐까요.


당신은 주로 어떤 가면을 가진 이에게 마음이 가고 어떤 가면을 가진 이가 꺼려지는가요.


그중 저는 아무리 좋은 직업 외모 집 학벌 집안을 가지고 있다더라도 짜증이나 화가 많은 이를 가까이 하고 싶지 않더군요. 물론 거짓말을 일삼고 남 흉을 잘 보며 잘난척을 하고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 또한 좋을리가 없겠지만요. 크고 작은 일에 짜증과 화를 일삼는 이가 있다면 그 화가 결국 저에게도 번져버릴 것 같아서 제일 멀리 두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실제로 캠프화이어를 할 때에 불 가까이 있으면  불똥이 튈까 혹은 화를 입을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거리를 다니면서도 운전을 하면서도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티비 연예나 뉴스에서도 짜증과 화의 가면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자주 지나칩니다. 그리고 우리들도 더 소중히 대해야 할 가까운 이들에게도 종종 자신의 화의 불똥을 던지곤 하지요.


짜증이나 화가 많은 이들에게 감히 말하건데 주변인은 당신들의 짜증과 화를 받아주는 감정의 수챗구멍이 아닙니다. 화풀이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당신의 짜증과 화 안에는 상대방에 대한 무수한 질타와 비난 무시 멸시가 담겨있습니다. 과연 상대는 그런 대접을 받을 만큼 엄청난 잘못을 했을까요.

설령 잘못을 했더라도 왜 어떤 사람은 부드럽게 잘 타이르고 성장의 길로 인도하는 반면 당신들은 짜증과 화로 파멸의 길로 인도하는 건가요.


누군가 화에 대해 말씀하시길 "화를 내는 것은 누군가에게 던질 불덩이를 자신의 손아귀에 꼭 쥐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불덩이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단호하게 화를 내려 두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앞으로 저는 거리든 직장에서든 티비에서든 주변에서든 불덩이를 받지 않으려 합니다. 누군가 불덩이를 꼭 쥐고 있는 걸 보았다면 미안하지만 저를 위해 피하려 합니다. 행여나 저의 손아귀에 불덩이가 쥐어졌다면 그 불덩이 제 스스로 어떻게든 끄고 꺼트려 잠재우겠습니다.


부디 많은 불덩이를 이고 지고 있는 당신도 저도 주변의 불만을 땔감삼아 활활 태우지 않기를 바라며 긴 글을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온화하고 따뜻한 이를 꿈꾸는 꿈을 이루는 이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호르몬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