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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쁘다 Jan 06. 2017

호르몬에게

2017.1.6


그 날이 오려나보다 너가 이렇게 극성맞게 내게 찾아온 걸 보니.. 조금 불쾌하겠지만 너의 그 극성맞은 방문이 얼마나 나를 진절머리 나게 하는 지 한번 들어볼래?

우선 요 근래 급격히 짜증이 일어나..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모든 일들에 내 깊이에서부터 분노와 짜증이 치민다고 해야할까..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 행위 하나하나가 성가시고 불편하고 그저 나부터 나에게서 사라져졌음 좋겠다란 생각이 떠나질 않고 있어.. 일단 정신상태는 그래..
근데 더 성가신건 신체 반응이야. 잠 잘 때 유독 난리치는 너는 나의 다리를 저리게 하고 아랫배
묵직한 통증을 주며 허리로는 뻐근한 불편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 아 가슴이 빠지면 섭하지.. 사춘기에 막 접었들었을 때 가슴 근처의 공기만 닿아도 통증을 느꼈던 것처럼 너는 여전히 내게 매달 그때의 기억을 상기시켜주고 있어.. 정말 고맙다... 그리고 잦은 화장실 출입으로 수면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지.. 어제는 무려 30분에 한번씩 다녀오게 하더라... 그냥 차라리 자지 말라고 해.. 이럴바엔 그냥 수면욕구까지 가져갔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여튼간에 난 요 며칠 기분이 매우우우 불쾌해. 말 그대로 개똥같다고 해야할까. 그런 나를 보고 있자니 이거 정말 재수없는 사람 한명이 나대고 있지 뭐야.. 이게 나의 성을 유지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그냥 넣어도.. 오지마 괜찮아...! 나는 정말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는 사람처럼 하루를 근근히 이어가고 있어..  아랫배 가득히 전해지는 통증에 온몸에서 피가 분무처럼 터질것만 같고.. 그냥 그렇게 바짝 소멸해버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야... 근데 아무일도 안 일어나 제길 그게 정말 미칠 것 같애... 그러니 제발 날 그냥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어.. 가만히 있어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으니깐... 너를 받아들이고 싶어도, 너가 아무리 날 위로하려고 해도 이 상태는 별로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아... 앞으로 이 주 후면 본격적인 너의 방문이 올테니까... 눈물을 머금고 이를 악다물고 오늘도 그저 버텨야지. 부디 하루 빨리 조용히 내곁에 물러나기를 오늘도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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