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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쁘다 Jan 25. 2017

존재하자

[잠코대]


예전에 그런 만화책이 있었다.

자신이 가진 컴플렉스를 어떻게든 가리고 숨기고 고치고 보는 여자의 이야기. 가장 기억에 남는건 성형을 넘어 '미녀는 똥을 눌 수 없다'라는 엽기적인 생각에 자신의 항문을 비누로 막는 모습까지 보여준 코믹 만화책. 오늘도 어김없이 정처없는 SNS를 여행 중 모공을 감쪽같이 없애던 한 여자의 광고를 보고 추억의 만화 속 주인공이 퍼뜩 떠올랐다. 그때는 그 모습이 어리석고 재미있어 꺌꺌꺌거리며 웃어댔지만 이제는 그 주인공이 누군가의 사랑, 관심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이었겠구나,하고 한없이 마음이 쓰려온다.


내가 가진 모든 흉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그렇게 모두 일절 없애거나 숨기거나 가리고 고치고 나면 나는 완벽한 사람이 될는 걸까. 화장과 드라이 등 외출 준비에 한시간을 넘게 쓰는 나는 그래서 완벽한 사람으로서 타인앞에 서는 걸까.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보아도,가 아닌 ,타인이 보아야, 완벽할 자태라면 "타인 없이 나는 존재할 수가 없다"는 걸 알았다. 의식적으로나마 나의 모난 모습을 사랑해야겠다. 그렇다면 타인의 모난 모습도 사랑해야겠지. 새벽 잠결에 이런저런 성형, 뷰티광고를 보고 읊조려본다. 이렇게 살다간 "타인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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