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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영 May 24. 2017

#02. 오징어 미나리강회

시절음식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이 있다.

‘먹는다는 것’에는 배를 채우는 물리적인 것 이상의 심리적인 영역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먹는 것뿐 아니라 만드는 것 또한 그렇다.

큰 양푼에 냉장고 탈탈 털어 있는 재료들을 넣고 참기름 휙, 고추장 탁탁 넣어 비비는 밥도 정말 좋지만,

사선으로 곱게 칼집을 낸 오징어를, 가느다란 미나리로 아슬아슬하게 돌돌 감아 내는 강회는

퍼지는 마음을 가다듬기에도 좋은 요리 과정을 가졌다.

게다가 황사와 미세먼지로 고생인 요즘에 제격의 음식이라니

꽤 까탈스러워 보이는 요리라도 도전해볼 맛이 난다.


강회라는 말이 낯설어서 한 참 찾았다.

결론은 ‘숙회(살짝 익혀서 초장, 초간장 등에 찍어 먹는 것)의 일종으로

미나리나 파를 데쳐서 다양한 식재료를 말아놓은 것을 말한다고 한다.

미나리를 먹기 시작한 것은 고려 때부터지만 강회가 문헌에 나오는 것은 조선시대라고 하는데,

궁중 수라상에나 오를 고급 음식이었다고 한다.

 또한 사월초파일(음력 4월 8일, 음력 사월의 첫 번째 팔일)

즉, 석가모니의 탄생일 축제(? 국경일? 명절?)에 주요한 손님 대접 음식이었다고 한다.

이 시기에 한창 맛과 영양이 돋는 미나리로 각 종 채소를 말아 초고추장을 곁들여 먹었다고 하는데,

이날은 불교 음식답게 육류, 어류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단다.

하지만 그 외는 양지도 넣고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해진 것 같다.

나는 마트에서 세일한다는 걸 보고 겁도 없이 짚어 든 오징어를 넣기로 했다.



<재료>

1) 주재료: 오징어 1마리, 미나리 20 줄기 정도, 홍고추(곧게 생긴 것이 좋다) 3~5개 정도(보통은 홍파프리카 1개로 많이 한다) , 소금 조금

2) 초고추장: 고추장:고춧가루:설탕:식초 = 1:1:1:2

(검색한 것 중에 이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여기에 레몬즙 1 정도를 넣는다는 분이 계신데 나중에 해봐야겠다)


<만드는 법>

1) 홍고추(혹은 파프리카)의 씨를 빼고 다듬는다.

홍고추의 경우, 매운 기운도 뺄 겸 반을 갈라서 물에 넣어두면, 씨가 물에 둥둥 떠서 자연스럽게 다듬을 수 있다.


2) 미나리는 씻어 줄기만 데친다.

줄기가 너무 두꺼운 것보다 중간 또는 차라리 얇은 것이 나중에 말기 좋다.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이렇게 해야 녹색빛이 더 선명하단다),

미나리 줄기를 넣어 숨을 죽인다는 느낌으로 데친 후 바로 건져서 차가운 물에 헹군 후 꼭 짜둔다.


3) 오징어를 다듬고 데친다.

오징어 몸통을 반으로 갈라서 펴고, 다리를 잡고 귀 쪽으로 들어서 당기면 몸통과 다리-내장이 분리된다.

(특히 가운데 딱딱한 심지를 잘 제거하자)

몸통은 깨끗이 씻어서 몸통 바깥쪽이 위로 가게 두고 껍질(갈색)을 벗긴다.

(다리와 가까운 몸통 부분에 칼집을 살짝 내서 껍질을 조금 잡고 귀 쪽으로 잡아당기면 한 번에 벗겨진다)

 빨판이 있는 다리는 굵은소금을 손에 쥐고 위에서 아래로 뽑아가며 씻는다.

 >> 손질된 걸 사는 것이이꼴저꼴 안 보고 좋다. @.@


몸통은 바깥쪽에 약 5mm 간격, 사선으로 칼집을 낸다. 반대방향으로도 내서 X 자 표시가 나도록 한다.

칼집을 낼 때는 칼을 사선으로 눕혀서 슬근슬근 긁듯이 낸다. 힘 조절에 실패하면 오징어를 썰어버릴 수 있으니 주의한다. 칼집을 생략해도 되지만 이렇게 하면 오징어가 말리지 않고 평평하다. 씹을 때 치감도 좋다. 뿌듯하기도 하다. 끓인 물에 오징어를 데친 후(투명했던 오징어가 하얗게 변하면 된다), 찬물에 바로 헹궈 물기를 뺀다.


4) 오징어, 홍고추를 썬다.

3)의 오징어 몸통을 원하는 크기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썰고,

1)의 홍고추(혹은 파프리카)는오징어보다 길이는 조금 짧게, 폭은 1/2 정도로 썬다.


5) 미나리로 재료를 묵는다.

오징어 위에 고추를 올리고, 2) 번 의미 나리로 세 번 정도 돌려 말아서 뒤에서 묶는다.

앞에서 보기에 삐죽 나오는 부분은 가위로 다듬어 준다.

물론 갓 데친 오징어를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고, 채 썰어 둔 고추와 미나리를 짚어 함께 먹어도 충분히 맛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기정화에 좋다는 수염 틸란시아까지 둘러놓고 건강을 기원하며 한 점 해보라 하는 한 접시는 전혀 다른 맛이…었기를 바란다 ^^


적어도 나는 ‘보기 좋은 음식, 그래서 먹기도 좋은 음식’을 위해서

빛깔을 고르고, 모양을 다듬는 누군가의 손길과 마음길은 조금 만져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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