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고흐와 마티스를 만나다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by So young

네덜란드는 고흐의 나라다. 첫 번째 공식 여행 코스로 고흐 박물관 (Van Goch Musium)을 선택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더욱이 고흐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스테데릭 미술관(STEDELIJK MUSEUM)에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인 마티스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기에 두 배의 기대를 품고 길을 나섰다.


위트레흐트 역 까지는 갈고닦은 자전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나에게도 비로소 천국의 문이 열린 것이다.

기차로 암스테르담 주드 (Amsterdam - Zuid) 역까지 30분, 여기서 다시 트램을 타고 뮤지엄 플레인 (museum plain) 역까지 5분. 숙소에서 출발한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박물관과 미술관이 모여 있는 푸른 평원에 도착한 것이다. 암스테르담을 여행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장쯤 가지고 있을 'I AMSTERDAM'의 조형물이 멀리서도 선명히 보이는 곳이다.


해바라기,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가난과 질병으로 고생하다 결국 권총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 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고흐의 그림과 인생은 여기까지 이다.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한창 팝송에 꽂혀 지내던 대학 시절, 우연히 듣게 된 아름다운 선율의 ‘Vincent’라는 노래 가사를 밤새워 받아 적다가, 문득 그의 인생에 대해 인간적인 관심을 가진 적은 있었다. 노래 가사가 말하듯, 그의 인생은 어쩌면 그저 광기로 얼룩진 무엇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오히려 너무도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그래서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고독한 한 인간이었을 거라는.


전시는 고흐의 초기 작품에서 죽음을 눈 앞에 둔 시점까지 연대기를 따라 1,2, 3층으로 이어졌다.

그의 그림과 함께, 현존하는 유명 화가들이 고흐가 남긴 800여 통의 편지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전시가 인상적이다.

자연을 사랑한 고흐, 자연 속에 삶의 진수가 있다는 그의 믿음에 깊이 공감했다. 평생 열정적으로 예술을 추구한 고흐, 정신 병원에서 죽음을 목 전에 두고도 붓을 놓지 못한 그의 인생이 가엽고도 고귀하게 느껴졌다.

‘Vincent’라는 노래를 들으며 막연히 느꼈던 인간 고흐의 모습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었던 전시였다. 그가 생전에 느꼈던, 아름다움과 비극이 상존하는 삶의 정수를 나도 이제 조금은 아는 나이가 된 것이다.


고흐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광기 어린 열정에 흠뻑 빠져 그림을 감상하다 보니 피곤함과 함께 어쩔 수 없는 우울한 감정이 밀려왔다. 마티스 전시로 바로 옮겨 갈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빨리 마티스의 밝음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졌다.


중학교 시절, 미술 교과서의 첫 장에 실렸던 마티스의 "푸른 누드"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감상이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다. 그것은 분명 ‘예술적 감동’이라 말할 수 있는 내 인생의 첫 번째 기억이다. 미술 시간에 선생님은 그 그림 위에 투명지를 덧대어 본을 뜨게 한 뒤, 색종이를 모양대로 오려 다시 도화지 위에 붙이는 작업을 지시했었다. 그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인체의 선, 선명한 파란색의 여인.

나의 거의 집착에 가까운 파란색에 대한 애정은 어쩌면 이 그림과의 조우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술 시간의 작업만으로 성에 차지 않아, 난 혼자서 이 그림을 몇 번이고 모사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어린 나에게도 신기하게 다가왔던 것일까?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인 줄도 몰랐을 그 어린 시절에.. 그 이후로 지금까지 그의 밝고 경쾌한, 장난스럽기까지 한 색깔과 단순한 선의 예술은 나의 마음을 늘 즐겁게 한다.


하지만 우리 인생이 그렇듯, 단순하다는 것이 또한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전시를 보면서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가 그 단순하면서도 미적으로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선을 얻어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스케치를 거쳐야 했는지, 전시를 통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전시 제목처럼, 그가 이룩한 오아시스 (THE OASIS OF MATISSE)는 뜨겁고 목마른 사막을 기꺼이 탐험한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축복의 선물일 것이다.


다음 여행에는 그가 말년에 심혈을 기울여 이룩한 프랑스의 로사리오 성당(일명, 마티스 성당)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


뮤지엄 플레인
밝고 단순한 것이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09. 천국의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