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리트벨트의 슈레더 하우스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by So young

1차 원정을 마치고 위트레흐트로 돌아온 뒤 3일 동안 ‘집’에 만 박혀 휴식을 취했다. 마치 대단히 어려운 시험을, 그것도 매우 훌륭한 성적으로 통과한 나에게 큰 상을 주는 기분으로, 그저 내키는 데로 먹고, 자고, 뒹굴며 지냈다. 3일 내내 흐리면서 간간이 비가 내렸는데, 이런 날씨는 게으름을 피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낯설기만 했던 공간도 어느새 포근한 스위트홈으로 느껴지고,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며,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것이 마냥 좋다.


나흘 만에 집에서 나와 근처의 박물관들을 돌아보았다. 숙소 근처에는 흥미로운 박물관들이 꽤 많았는데, "위트레흐트 중앙박물관 (Centraal Museum Utrhcht)"을 비롯해서, "딕 브루나 하우스 (Dick Bruna Huis) - 미피 박물관", "태엽시계 박물관 (Speelklok Museum)", "유니버시티 뮤지움", 그리고 "리트벨트의 슈레더 하우스"가 가볼 만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네덜란드가 자부심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라면 단연 게리 리트벨트 (Gerrit Thomas Rietveld)를 꼽을 수 있다.

네덜란드 디자인 운동 "데 스틸 (De Stijl)"*의 주요 일원이면서, 그의 대표작인 슈레더 하우스 (Schroder House)를 포함해 위트레흐트는 세계 최대의 리트벨트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딸의 숙소에서 슈레더 하우스까지는 자전거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지만,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이 곳은 예약제로 하루 적정 관람객만을 조심스럽게 맞이하고 있다.


그의 집은 외관에서부터 미술책에서 자주 본 몬드리안의 그림을 연상시켰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모두 "데 스틸" 운동을 일으키고 발전시킨 장본인 들이다. 기본 무채색에 간결한 직사각형의 형태와 극히 제한적이고 강렬한 삼원색의 강조 선 등이 마치 몬드리안의 그림이 입체로 벌떡 일어 선 듯한 느낌을 받았다.

리트벨트 자신도 말했듯이, 몬드리안이 2차원적 회화에서 구축한 것을 그는 3차원적 공간에서, 몬드리안의 색채를 그는 건축에서 개방과 폐쇄로 찾아내려 애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2층 내부로 올라가자 그가 말한 개방과 폐쇄의 의미가 확실히 다가왔는데, 슬라이딩 벽면으로 분할되어 있던 방들은 벽을 하나씩 펼치자 하나의 개방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창문은 물론, 그가 직접 제작한 가구들마저 마치 종이를 접었다 펼치듯 늘어나고 줄어들어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다. 문고리 부분과 손이 닿는 부분에는 손 때를 방지하기 위해 검은색 띠를 둘렀는데, 주부의 섬세한 감성마저 느껴져 미소가 지어진다. 질서 정연함과 실용성을 갖춘 엄격함 위에 명쾌한 3 원색의 조화가 즐거움을 주는 집이다.

그의 건축은 자연을 향해 끊임없이 마음을 여는 순수한 인간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언젠가 나의 꿈의 집을 짓게 된다면, 분명히 떠올릴 멋진 집들 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


즐거운 관람을 마치고 찾은 곳은, 위트레흐트 중앙박물관과 그와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캐릭터 "미피"를 탄생시킨 "딕 부루나 하우스 (Dick Bruna Huis)". 새 단장을 앞두고 ”미피”의 전시실은 중앙 박물관 입구에 꾸며져 있었는데, 네덜란드에서는 나인쯔 (Nijntje)라 불리는 이 귀여운 토끼 캐릭터 때문에도 박물관은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하는 소풍 장소가 되고 있는 듯하다.

우리도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귀여운 미피 기차를 타고 어린애들처럼 놀았다. 전시실의 관리인이 이런 나와 딸이 모습이 신기했던지 극구 사진까지 찍어 주겠다며 다가온다. 교실에서 떠들다 걸린 애들처럼 좀 창피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뭐 어떤가! 올해로 환갑을 맞은 미피도 이렇게 귀엽기만 한 걸.


* 데 스틸 (DeStijl): 네덜란드 현대 예술운동. 몬드리안과 반 되스버그(Theo van Doesburg) 등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조형을 지향하며 1917년에 결성한 미술가 모임. 신조형주의 이론을 조각, 실내 디자인, 건축, 도시계획 등에 도입하는 데 기여했다.


입체로 된 몬드리안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보존을 위해 실내에서의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서 아쉬웠다. 입구에 전시된 리트벨트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의 미니어처들이 앙증맞다. 사진 촬영은 여기까지만.

‘미피’ 덕에 잠시 신나는 동심으로 돌아 간 우리. 이 단순한 캐릭터가 이토록 오래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 ‘단순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태엽시계 박물관’ 내부 – ‘네덜란드에서 제일 신나는 박물관 (The most cheerful museum in the Netherlands)’이라 불리는 곳.

이 날, 이 '파티 오르간' 마지막 공연에서는 예상 밖에도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울려 퍼지는 바람에 우리의 기분은 두 배로 업되었다.

유니버시티 뮤지움 (의학, 과학박물관) – 오래 전의 놀라운 수술 도구들과 온갖 해부 시험관들로 가득 찬 으스스한 분위기 때문에 한 눈을 찔끔 감고 돌아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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