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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Nov 26. 2015

30. 10년 만의 미사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암스테르담을 떠난 지 12시간 만에 런던에 도착했다.

버스 안에 앉아서 졸고 있다 눈만 뜨면 런던에 도착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여행은 ‘A -> B -> C’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 각각의 지점들을 잊는 ‘->’에 함축된 수많은 변수를 간과하고 있었던 셈이다.


암스테르담 역에 내려서 코우치 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를 찾느라 우왕좌왕 (누가 ‘길치’ 아니랄까 봐, 동과 서를 구분 못함), 겨우 도착한 코우치 역에서는 그 황량함에 놀라 또 한 번 우왕좌왕 (나처럼 똑같이 우왕좌왕하는 영국 청년들에 휩쓸려 버스 탑승 시간에 쫓김), 역 내에서는 유럽 전역으로 떠나는 수많은 노선과 수많은 줄들 사이에서 우왕좌왕 (안내하는 사람들도 잘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눈치임).

겨우 안락한 버스 안에 자리를 잡고 창 밖 풍경을 감상하며 달린 것 까지는 좋았는데, 졸다 깨기를 반복하다 깜빡 잠이 든 나를 사정없이 깨우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떠 보니, 입국심사 사무소. 비몽사몽 중에 까다로운 심시관을 상대하자니 피곤이 밀려온다. 버스로 돌아와 보니, 영국까지 우리를 실어 나를 배가 2시간 가까이 연착한다는 버스기사의 안내 멘트 (아무도, 그 누구도 볼 맨 소리 하나 없다!), 버스 안에서 비몽사몽 감금(?) 상태로 모두 대기. 그리고 마침내 버스가 배에 오르자 버스에서 내려 배 위의 한 구석을 찾아 다시 비몽사몽. 그러나 눈 부칠 사이도 없이 다시 버스로 복귀한 뒤, 한 시간여를 더 달려 마침내 도착한 런던!

이쯤에서 나는 이미 파김치가 되어 버렸다. 그제야 깨닫는다. 내가 겁도 없이 너무 젊은 여행을 감행했다는 걸. 3박 5일이라니…


진한 커피로 일단 혼미한 정신을 흔들어 깨우고, 계획했던 대로 환전과 교통카드 구입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보니, 잔뜩 흐린 하늘에 비가 내리고 있다. 내가 영국에 온 게 확실하다!

사실은 민박집으로 직행해서 짐부터 내리고 쪽 잠이라도 자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체크인이 12시 이후라 근처의 명소를  좀 돌아보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영국’하면 떠오르는 유서 깊은 웨스터민스터의 랜드마크 ”빅벤”과 “국회의사당”, 그리고 ”웨스터민스터 사원” 등이 역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우산을 사 들고 런던 시내를 유유히 걷다 보니, 내가 드디어 런던에 왔다는 생각에 감개가 무량하여 어느새 피곤이 다 달아나는 기분이다.

그리하여 다다른 ”웨스터민스터 사원”. 이 날은 일요일이었고, ‘일반 관광객에게 공개가 되지 않는 날’이라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애석하게도 그냥 돌아서야 하는가 보다 생각하는 찰나, 곧 있을 미사에 참석할 신도는 입장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한다. 10년을 소위 ‘냉담’ 중인 ‘날라리 신도’이지만, 그리고 교회의 내부를 보고 싶다는 사심이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난 당당히 교회로 입장했다.


10년 만의 미사.

나의 첫 런던 방문은 이렇게 엄숙하고 고요한 공간에서의 기도로 시작되었다. ‘부디 신의 가호가 함께 하시기를…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달리는 메가 버스 차창 너머로 하루 해가 진다.               

버스를 싣고 도버해협을 건너는 배 위에서 동이 튼다.

'튜브'를 타기 위해 도착한 빅토리아역 – 영국 느낌 ‘팍팍’

현재는 의회민주주의 상징인 국회의사당으로 쓰이고 있는 웨스터민스터 궁전과 빅벤 – 한 컷에 담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

웨스터민스터 사원  (Westminster Abbey) – 역시 한 컷에 담을 수 없는 웅장한 규모이다.

웨스터민스터 사원으로 당당히 입장!

런던에서의  첫날 오후를 보낸 곳 - 테이트 모던 뮤지움 (TATE MODERN Museum)

뮤지움 카페테라스 – 템즈강을 바라보며 차 한 잔 마시기에 더없이 좋은 곳

박물관에서 만난 ‘백남준’

휘시 앤 칩스 (Fish & Chips) –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이라 해서 먹긴 먹었는데.. 음식 투정 안 하고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이지만.. 대표 음식이라 하기엔.. 영국 사람들이 좀 안됐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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