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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Dec 01. 2015

31. 박물관 가기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박물관을 방문하고 구경할 때마다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는, 그 모든 영광과 혹은 질곡의 역사 속 주인공들 대부분이 결국 죽고 없다는 것. 둘째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래전, 그러니까 수 천 년 전의 사람들이나 오늘의 우리나, 삶 속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셋째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는 것이 정말 중요할까 하는 의문 내지, 페이지를 스쳐간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애틋함이 그것이다.

나는 한 때 박물관에 남는 인생을 바랐던 것 같기도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박물관을 다녀 보면서 새삼 생각하게 된다.


어쨌든, 런던에 왔으니 영국 박물관(The British Museum)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듣던 데로 어마어마한 규모에, 고대, 중세, 현대를 아우르는 수많은 미술품과 공예품은 물론, 진귀한 고고학 자료와 고문서 등을 총망라 소장하고 있어서, 그야말로 인류의 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영국 박물관’이라기보다 ‘세계  박물관’으로 불려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규모와 수준이다.

한 편으론, 고대 이집트나 서아시아, 로마의 유물, 그리스 신전의 석조 조형물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화유산을 수집 내지 수탈한  제국의 역사와, 오랜 세기 동안 역사의 뒤 켠으로 쓸쓸히 퇴장한 수많은 국가들을 씁쓸하게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의 비밀을 푼 열쇠로 알려진 ‘로제타석(Rosetta Stone)을 비롯해서, 뿌듯한 마음으로  둘러본 한국 유물 전시관 까지, 인류의 역사를 단 몇 시간 만에 주파한 나는 경이로움은 물론 현기증과 함께 체력의 바닥을 실감해야 했다. 더불어 세계사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이  밀려오면서, 애꿎게도 고교 시절 끔찍이도 재미없었던 세계사 선생님이 다시  원망스러워진다. 잘못된 건 다 조상 탓이라더니, 지금부터라도 세계사 공부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런던 아이 (London Eye)’에 올라가 런던 시내를 한눈에 감상한 후, 템즈강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많은 갤러리와 랜드마크 건물들을 감싸 안아 흐르는 강을 따라 각종 퍼포먼스가 펼쳐지는데 꽤 볼 만하다.

템즈강  못지않게 아름다운 우리의 한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잘 정비되어 있는 강변과 자전거 길을 자주 애용하고는 있지만, 강을 따라 온통 아파트들만 들어서 있는 모습이 떠올라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템즈강처럼 역동적으로 상호 교류할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정말 금상첨화일  텐데….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유럽 3대 박물관으로 불리는 영국 박물관의 주 출입구.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본뜬 건물의 삼각형 박공벽에는 신학과 예술을 뜻하는 여신 뮤즈들이 조각돼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 대 정원 (Queen Elizabeth II Great  Court)'이라 불리는 영국 박물관 실내 광장  - 지난 2000년 영국 박물관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이 대 정원을 설계한 사람은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이다. 영국박물관은 1753년 최초 설립 이후 신고전주의 양식의 4 각형 건물이 1852년 완공된 데 이어, 수 차례 확장과 개축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다.

BC 6000년에서 BC 1500년경 사이에 인류 문명의 획기적인 발전이 메소포타미아에서  이루어졌다. 인류 최초의 도시 문명으로, 이후  기원전 1500년 에서  기원전 500년 경 북쪽의 앗시리아 왕국과 남쪽의 바빌로니아 왕국에 이르기 까지, 이 시기 사람들의 신앙과 교역, 기록물, 놀라운 예술적 성취들을 그들이 남긴 유물들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기원전 750년경부터 그리스는 이탈리아로 그 활동 무대를 넓혀간다. 이탈리아에서 발견되는 이 시기의 그리스의 공예품들. 독특한 문양과 색상이 눈을  사로잡는다.


기원전 500년경부터 시작된 로마제국은 계속 영토를 확장해 기원전 50년경 율리우스 씨저가 프랑스를 점령하는 등, 지중해 지역은 물론 중동지역과 유럽의 대부분을 지배하기에 이른다.

무덤에서 발굴된 정교한 로마 제국의 유리 제품들. 기술적으로나 미적으로 오늘의 유리제품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AD 2 세기 로마, 코미디의 여신 탈리아 상.

섬세한 옷의 주름부터 은은히 비치는 여신의 실루엣이 정말 아름답다.


Gebelein Man - 이집트 Gebelein에서 발견된 BC 3500년 경의 사람으로 추정되는 미라. 5500년 전의 사람을 만나는 순간, 놀랍고도 한 편 당황스러웠다.

고대 이집트 문명의 열쇠를 푼 것으로 알려져 있는 로제타석 (Rosetta Stone)


마침내 '런던 아이 (London Eye)'에 오르다!

‘런던 아이’에 오르자 비로소 웨스트민스터 궁전과 빅벤이 한 컷에  들어온다. 그 뒤로 보이는 건물이 웨스터민스터 사원.

서울의 한강이 떠오른다.

템즈 강변을 걷는 한 노인. 나한테 ‘딱’ 걸렸다.

갖가지 흥미로운 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템즈 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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