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뮤지컬 공연에 늦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공연장 근처의 트라팔가 광장을 찾았다.
탬즈 강변을 따라 펼쳐지던 거리 공연과 퍼포먼스가 이 곳 트라팔가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중, 내 눈에 띈 한 예술가가 있었는데, 백묵으로 광장 바닥에 정성 들여 시를 쓰던 사람이다. 그는 시인이자 예술가이겠지만, 내일이면 지워져 없어질 한 편의 시에 영혼을 담아 두레박으로 소중히 퍼 올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 마치 백팔 배를 올리는 구도자나 명상가의 모습을 닮아있다.
‘예술’ 행위에 대한 정의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또한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결국은, ‘미적 충만감’에서부터 ‘삶의 본질’, ‘감동’과 같은 단어들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만의 삶을 아름답게, 감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술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그리고 나도 ‘예술가’이고 싶다.
트라팔가에 정신이 팔려, 광장 바로 앞의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은 마감 시간에 쫓겨 거의 뛰어다니다시피 하며 감상을 해야 했다. 미술책이나 화보를 통해서나 보던 세계적인 명화들이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지는 현장을 이렇게 지나쳐야 하다니 억울. 그러나 오늘의 제일 중요한 일정은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of the Opera)”을 관람하는 일이고, 오페라를 관람하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있다는 것, 즉, 혼자서 천천히 술 한잔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오페라 공연이 있는 “여왕 폐하의 극장 (Her Majesty's Theater)” 바로 옆의 바에서 최대한 가볍게 모히또(Mojito)를 한 잔 시켜 놓고, 기대와 감격으로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 본다.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책으로 처음 읽었을 때, 그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에 눈물까지 흘리며 슬퍼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영화로 만들어진 “오페라의 유령”은 책에서 받은 감동만큼 진하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대부분 이렇게 감성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귀에서 맴도는 주제가는 가슴에 남아 뮤지컬만큼은 꼭 보고 싶었는데, 결국 영국 본토에서 그 소원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미 익숙한 주제곡들이지만, ‘“The phantom of the opera”는 물론 ‘“Think of me” 등, 주옥같은 곡들이 날 것으로 울려 퍼질 때의 전율이란.. 그냥 소름이 ‘쫘~악’.
이 진한 감동으로 한몇 달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뿌듯함을 안고 공연장을 나선다.
모든 예술 장르가 다 좋지만, 뮤지컬은 정말 좋다.
술은 보통 흥을 돋우기 위해서 마시지만, 때론 이렇게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도 마신다는 것. 모히또 한 잔을 천천히 마시며 울렁거리는 속을 차분히 달래 본다.
트라팔가 광장의 사람들... 분수대, 그리고 국립 미술관 전경.
시인의 예술 행위는 실제로 구도 행위에 가까워 보인다.
꼬마 아가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색색의 반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