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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Jan 29. 2016

42. 노르웨이 상륙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마침내 노르웨이 땅을 밟았다!

밤 11시 30분, 덴마크의 히르찰스(Hiftshals)를 출발한 배는 검은 바다를 헤치고 새벽 두 시쯤 우리를 노르웨이의 크리스티안산(Kristiansand)에  내려놓았다.

차가 배에서 내리자마자 입국 심사가 있었다. 시퍼런 (새파란이 아닌, 말 그대로 서슬이 퍼런) 눈을 한 노르웨이 양반이 뭔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여권 검사를 하는 폼이 별로 기분이 좋질 않다. 이런 게 인종차별이라는 건가 문득 생각해 본다 (지금은 난민 문제로 이 절차가 더  까칠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연행(?)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되어, 그토록 오고 싶었던 이 거대한 노르웨이 땅을 밟았다는 흥분도 잠시, 우리가 처한 현실은 가야 할 길이 너무 낯설고, 어둡고, 멀다는 것. 무엇보다 너무 졸리었다.

시내에서 현금인출기를 찾느라 맴을 돌다가 포기하고 언덕을 타는가 싶었는데, 그대로 산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구불구불한 산길. 잘 보이진 않지만  왼쪽  어깨너머로 서늘한 감각이 분명히 느껴지는 피오르 절벽에, 중앙선도 없이 이어지는 도로는 한 밤 중이지만 간혹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피하느라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쏟아지는 잠에 감기는 눈을 부릅뜨며 그렇게 한 시간쯤을 달렸을까?  딸아이의 고개는 어느새 갈지 자를 그리며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데, 이러다가는 우리 두 모녀, 노르웨이 땅을  밟자마자 차 사고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번뜩 들었다. 무조건 숲 속 갓 길 안쪽에 차를 세웠다.

’숲 속에서 노르웨이 해적을 만나면 어쩌지’ 하는 막연한 불안감도 잠시, 눈을 감자마자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산속에 있는 것은 해적이 아니라 산적이 맞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시야가 심하게 어두웠던 이유는 전조등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은 탓이 컸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상황이었다.


부스스 떠진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보니 아침 6시. 다시 출발!

그제야 눈 앞에 어렴풋이  들어온 노르웨이의 민 낯은, 한마디 ‘대. 자. 연.’. 날 것의 위용을 넘어서 두려움까지 느껴지는 웅장한 자연, 그 자체였다.

첫 번째 묵을 캠핑장이 있는 리슈타드(Rysstad)를 향해 계속 북쪽으로, 353번, 38번, 45번, 9번으로 이어진 국도를 달리는 내내 빗줄기가 거세졌다 가늘어지기를 반복했다.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아까운 풍경과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우리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감탄사는 그저, “아, 어떻게, 어떻게...”였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산과 숲, 멀리 보이는 빙하, 바다처럼  펼쳐진 피오르를 눈이 시리도록 감상하며 마침내 첫 번째 캠핑장 (SØLVGARDEN)에 도착했다.

어느새 궂은 날씨는 활짝 개었고, 캠핑 장도  활짝 두 팔 벌려 우리를 환영하는 듯한 모습이다.

대견하게도 딸은 자신만만하게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나는 밥을 안치고, 돼지고기를 볶고, 거기에 샐러드까지 추가해서 푸짐한 상을 차려냈다. 인심 팍팍 써서 포도주까지 곁들였다.


대자연의 품에 안겨 이틀 만에 차린 밥상을 마주하고 보니,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살다 보면, 이렇게 행복한 마음에 목이 메는 기적 같은 순간도 있다는 걸 잊고 산 듯 싶다.



노르웨이와 나눈 첫인사. 첫 입맞춤처럼 짜릿하다.

대. 자. 연. … 다른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를 두 팔 벌려 환영해 준 노르웨이에서의 첫 번째 캠핑 장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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