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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Mar 06. 2016

나는 누구인가

Where I am from

나는 누구인가


오십을 한참 넘긴 여자가 미국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태평양을 건너왔다.

성공한 여성들 중에 뒤늦게 박사 과정을 시작했거나, 칠십이 넘어 검정고시로 고등하교 과정을 마친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내가 미국 유학 이야기를 꺼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무엇 하러 그 나이에..”, 혹은 “너니까 가능하지..”라는 두 가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무엇 하러?.. 나니까?..’.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나 자신에게 수없이 던졌고 또 던지고 있는 질문 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한 마디로 대답을 하라면, “무엇 하러? 그게 나이니까.”이다.

나는 이 희귀한 사례를 조금 더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결국 이 두 마디를 늘여 쓰는 일이 되겠지만, 누군가에게 나를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더 이해하고 납득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여행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말은 맞는 말인 것 같다. 지난 두 달간의 유럽 여행은 나를 변화 시켰다. 변화의 시작은 아니더라도 변화를 향한 또 하나의 촉매제가 된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변화란 나에게 조금 더 가까워 지는 변화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믿고 싶다.

하나부터 열까지 도전의 연속인 새로운 생활에 조금 적응이 되면, 새로운 브런치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문제는, 영어로 듣고, 말하고, 써야하는 일상이 너무 큰 짐이다 보니, 영어도 국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분간 국어 글쓰기는 영어 리포트에 짓눌려 있을 듯하다.

몸에서 분리되어 허공으로 떠다니고 있는 듯한 영혼이 어서 다시 제 자리를 찾아 돌아 오기를 바란다. 차분히 앉아 하나씩 짚어 보고싶다.

내가 왜 나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여기에 왜 왔는지, 나는 누구인지...



그 동안, 저의 브런치 독자가 되어 주시고, 제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새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책상 서랍 속에 감춰 두던 글을 나 아닌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한 경험은 낯설고도 참 특별했습니다.

조금 쑥스럽기도 했지만, 혼자 살아내던 삶에 지원군을 얻은 느낌 이기도 했지요.

나의 개인적 경험이, 내 마음 속 깊이 숨어있는 것들이, 다른 이에게도 가 닿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틈틈이 끄적거린 글들을 연말까지 정리해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목표에서 시작한 일이, 계획한 적이 없던 많은 인연과 새로운 경험을 이끌어 낸 셈입니다.

인생이 그런 것 같습니다. 작은 소망의 씨앗이 모여 일생이라는 꽃을 피운다는 것. 그 일생을 혼자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내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 안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이지 않는 숨은 조력자가 있다는 것.

혼자 쓰던 글이라면 서랍 속에 일 년쯤 그냥 팽개쳐 두어도 상관없겠지만,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또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깨닫고 있습니다. 작년 말까지 끝맺음 하려던 것이 해를 넘기고, 한 달 넘게 글을 올리지 못하다 보니 제 글을 읽어 주시던 (혹시라도 기다리고 계신) 분들이 떠올라 마음 한 켠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멀리 가지 마시고, 그 자리를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가 될지 기약은 할 수 없지만, 돌아 와 다시 책상 앞에 앉게 될 그 날을 저 또한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길 동무가 되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여러 분의 인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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