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무척 더웠다. 바람이 부는 그늘은 그나마 시원했지만 햇빛은 강렬해서 피부가 따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우리는 심난해진 마음을 애써 추스르고 용감하게 땡볕으로 나왔다. 이 곳은 자전거의 천국이고 딸은 나를 위해 ‘천국의 자동차’를 하나 빌려 두었다. 자전거도 픽업할 겸, 딸과 친구들을 위해 담글 김치 재료도 살 겸, 동네 구경을 나섰다.
위트레흐트는 네덜란드에서도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다. 세월의 연륜이 묻은 도시답게 운하를 따라 늘어 선 건물과 거리가 더없이 멋스러운 아름다운 곳이다. 사람들은 그 운하를 따라 조깅과 산책을 하고, 뱃놀이를 하고, 펍에 모여 앉아 한가롭게 맥주를 마신다. 우리도 이 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비트발른 (크로켓 같이 생긴 튀긴 스낵)을 안주 삼아 시원한 맥주로 더워진 속을 달래 본다.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그저 평안해 보인다. 그들은 옷차림마저 가벼웠다. 그저 아무렇게나 걸쳐 입었다고 해야 할까? 딸과 나에게 드리워진 ‘참을 수 없는 삶의 무거움’ 따위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신선하게 보인 것은, 사람들이 모두 정말 조용히 그리고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디나 떠들썩하고, 사람을 앞에 놓고도 수시로 자신의 핸드폰에 갇혀 사는 우리의 모습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무엇.
이 곳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첫인상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연을 닮은 모습이라고나 할까? 튀지 않게, 시끄럽지도 않게, 자연의 일부로, 자연과 하나 된 모습으로 나에게는 보였다. 인간은 그저 자연의 작은 일부라는 겸손함으로 다가왔다.
자연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삶은 가벼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네덜란드에서는 어디서나 영어 소통이 가능한 편이지만, 간판과 메뉴는 대부분 네덜란드어로 되어 있어서 길 찾기나 주문이 수월하지는 않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