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엄마는 밥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by So young

오늘의 최고 기온은 섭씨 33도. 이번 주말 37도를 넘어설 것이라는 기상 예보가 있었다.

이 곳 네덜란드의 날씨는 비교적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편이어서, 에어컨을 매단 일반 가정집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인데,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이곳에서도 선풍기가 동이 나 버렸다. 여름에 유난히 약한 ‘땀순이’인 나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이 주말을 날 생각에 몸도 마음도 한 없이 처지는 기분이었다.

처지는 기분을 치켜 매고 시장을 보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딸이 이곳에서 알게 된 친구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기 때문이다. 타지에 나와 있는 한국 친구들에게는 집 밥을, 외국 친구들에겐 한국 음식을 한 번쯤 대접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평소라면 눈 감고도 뚝딱할 수 있는 일이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수고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흰쌀밥과 미역국, 잡채와 불고기, 상추쌈과 김치, 그리고 서울에서 준비해 간 몇 가지 밑반찬으로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는데, 서울에서라면 집 앞 슈퍼에서 아무 때나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지만, 이 곳에서는 만만치가 않다.

배추는 너무 작고, 오이는 너무 크고, 시금치는 샐러드용 밖에 없고, 불고기와 잡채, 미역국에 각각 들어갈 소고기 부위와 형태를 우리 식으로 구비해 놓았을 리 만무했다. 특히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을 구하는 일은 고 난이도의 미션이었다. 부엌 도구도 열악한 상황이었고, 날씨마저 무더워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음식 장만을 하면서 생각한다. '왜 엄마들은 이렇게 전투적으로 밥에 집착하는 것일까?'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엄마는 밥’이다. 엄마의 밥은 자식을 살리고 키우는 원천이자, 그 정성이 아이들의 심성까지 키우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엄마란 기꺼이 이런 수고를 받아들이면서 스스로도 성장하고 행복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

요즈음은 맞벌이 가정도 많고 엄마가 밖에서 일하기도 바쁜데 무슨 밥까지 책임져야 하느냐고, “엄마가 밥이냐?”라고 항의를 한다면 굳이 쌍심지를 켜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게 엄마라는 점에서도 이래저래 ‘엄마는 밥’이다.


천신만고 끝에 차려 낸 한국식 집 밥 한 상. 배고픈 청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엄마는 배가 부르다. 이런 것이 엄마의 사랑, 엄마의 행복. ‘엄마는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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