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향
ft.인센스 만들기
천사 같은 내 연인의 물건을 가져다주게! 나를 그녀의 안식처로 데려다줘! 그녀의 가슴에 드리운 스카프를, 내욕정의 스타킹을 가져다주게!
파우스트
누구나 냄새와 관련한 추억 하나 쯤은 잊지 않을까? 아련하고 포근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마치 첫 연인과도 같은 냄새. 어릴때 집에서 날 부르는 말은 개코였는데, 오감이 다 예민한 아이였지만 특히나 후각은 더 예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히 어릴때 좋은 냄새에 대한 기억은 없다. 오히려 다른 집에서 나던 그집만의 '장'- 된장, 고추장, 간장 등- 냄새 때문에 우리 집이 아닌 다른 곳에 놀러 가기를 꺼려했던 기억 정도만 남아있다. 그러던 내가 매료된 냄새는 바로 쑥 태우는 냄새였다. 지인의 개업식에 갔다가 쑥을 태우는 행사를 목격하게 되었다. 일종의 기원 의식이라고 들었다. 집에 돌아온 후 쑥이 타는 냄새의 잔향이 계속 남았다. 며칠이 지나자 그리웠다. '아, 이 냄새가 우리 집에서 나는 냄새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는 스머징의 세계에 입문했다.
스머징, 식물을 태워 공간을 정화하는 행위는 인간이 불을 발견했을 때 부터 내려온 행위다. 우연히 특정 풀과 나무가 탈때 좋은 향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인류는 이 향을 두가지 목적으로 이용하였다. 첫째는, 종교적 의식이다. 무언가 탈 때 발생하는 연기가 부정한 것들을 물리치기를, 또 자신들의 기도가 연기를 타고 하늘에 닿기를 바란 것이다. 둘째는, 탈취다. 실제로 나무가 타면서 향을 발생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악취를 없앤다는 사실을 알게된 사람들이 이용하게 되었다. 향수의 어원도 라틴어 per fumum에 의해서 유래 했는데, 이는 '연기에 의해'라는 뜻이다.
흑사병 의사향수로 발전한 스머징은 페스트 시대에 이르러 그 사용이 절정을 이루었다. 의사들은 위의 그림과 같이 부리가 달린 옷을 입고 그 부리에 레몬밤, 로즈, 민트, 미르, 정향같은 것들을 채워넣었다. 이것들이 나쁜 공기로 부터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또 일반인들은 다른 이유로 향수 또는 스머징을 사용했다. 그 당시 의사들은 물(목욕탕)에서의 페스트 감염위험이 높다고 발표했고, 사람들은 그 사실을 곧 '물= 위험함이라고 받아들였다. 결국 잘 씻지 않았고, 악취가 온 도시를 덮었고 또 향이 그것을 메웠다.
얼마전 뉴스에 인센스 스틱의 매출이 코로나 전에 비해 급격히 상승했다는 기사가 떴다. 묘하게 페스트 시대의 상황과 맞물린다. 페스트 시대보다 과학이 진일보한 지금은 향에 대한 많은 과학적 연구 결과가 있다. 화이트 세이지 스머징이 공기 중 세균의 90% 이상을 없앤다는 결과도 있고,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하여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는 결과도 있다. 아로마 오일의 살균 효과는 이미차고 넘친다.
코로나 기간동안 아로마 매출의 증가폭보다 인센스 매출의 증가폭을 보면 인센스가 조금더 높다. 아마도 구입 접근성 측면에서 인센스가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아로마 오일이 왠지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것도 같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인센스는 쉽게 향수 쇼핑하듯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인센스에 매료되는 것이 단지 그 이유뿐일까? 우리는 인센스에 불을 붙이고, 조용히 올라가는 연기를 보며 초기 인류처럼 소원을 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역병이 빨리 끝나기를. 어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나의 최애 스머징 식물인 화이트 세이지가 다 떨어진지 오래다. 그렇다고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모르는 인센스를 구입하고 싶지도 않다. - 인센스를 구입할 때 성분을 정말 잘 따져야 한다. 아니면 미세먼지보다 더 안좋은 공기 속에서 호흡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 그래서 작년에 인센스 클래스를 듣고 남은 재료를 갖고 주섬주섬 나만의 인센스를 만들었다. 그렇다. 인센스 만들었다는 이야기 한문장을 쓰기 위해 이렇게 주절주절 긴 이야기를 쓴 것이다. 국내외 유투브에 인센스 만드는 법은 이미 많이 나와있다. 많이 살펴보고 나랑 맞는 레서피를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유근피와 상백피가 들어간 레서피가 제일 향이 편안했다.
내가 좋아하는 인센스 조합
유근피(2) + 상백피(1) + 프랭킨센스(4) + 주니퍼베리(1) + 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