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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어예 Feb 17. 2022

브런치에 글을 쓰는 역학적 이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역학적 이유'라니 너무 거창하지 않은가? 작가 소개에도 있지만 나의 브런치는 내가 이제까지 공부해왔던 잡다한 것들에 대한 기록이 될 것이다.

나는 지금 내가 대학교 때 공부한 것, 혹은 중고등학교 때 공부한 것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밥벌이를 하고 있다는 뜻은 프로라는 뜻이다. 그렇게 때문에 내 밥벌이에 관해서 글을 쓸 생각은 추호도 없다. 프로라면 응당 자신의 분야에 대한 글을 내어 놓으면 책임을 져야 하니까. 즉, 책임은 싫다는 것이다.

이곳은 나의 아마추어식 공부에 관한 기록이다. 공부를 하고 그것을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로 자격증을 따긴 하였지만, 내가 그것에 관해서 전문가다라고 내세울 수 없는 공부다. 어쩌면 공부의 시작부터 아마추어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문과생들끼리 양자역학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수의학을 전공한 사람이 한의학 강의를 하는 것을 듣고 있으며, 서양철학을 처음 접한 사람들끼리 세미나를 하는 그런 식의 공부이니 태생적으로 프로가 될 수 없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아마어식의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스파크 때문이다. 공부를 하면서 책에서 만나는  문장, 다른 사람이 말하는  문장이  인생에 스파크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타는 불꽃은 아니다.  깜빡거리지 않고 지켜봐야 하는 비록 0.001초간 일어났다 사라지는 스파크이지만  스파크가  심장의 어느  부분에 불꽃을 지피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설레다.

그럼 너 혼자 공부하지 뭘 이렇게 기록을 남기고 그러냐. 바로 그것이 내가 이 변명을 쓰고 있는 이유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그것은 바로 역학적 이유 때문이다. 양자역학 아니고, 운동 역학 아니고, 사주 명리 역학 말이다.

내 사주에는 재성이 없다. 비겁이 하나, 관성이 하나, 나머지는 다 인성이다. 재성은 구성력이고 인성이 공부운인 것을 생각하면 내가 이렇게 공부하는 이유는 또 다 사주 탓인가 싶다.

재성이 없을 때 그것을 푸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식상을 조율하는 것. 먹는 것이나 노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좀 조율하는 것. 하지만 그것은 내가 죽을 때까지 할 수 없는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럼 나머지 하나는 일을 잘 마무리해서 매듭짓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겠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해볼 만한 일이다. 게다가 정말 난 일 끝내는 것을 못하는 타입이다. 설거지만 해도 숟가락 하나라도 통에 씻지 않은 채로 고무장갑을 벗게 되고, 이 방 대청소를 하다가 끝내지 않고 다른 방 대청소를 시작하기 때문에 결국 일 년의 반은 대청소 중이다. 그렇지만 매듭을 잘 짓고 끝내는 능력만 키운다면 막혀있는 재성을 좀 풀어줄 수 있으니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의 사주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설거지 끝내는 것도 좋고, 청소 끝내는 것도 좋지만, 내가 배운 것을 잘 마무리해서 매듭짓는 것을 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인문학 공부의 마무리는 책을 내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강의를 하는 것. 그러나 앞에서 말한 나의 아마추어 공부의 한계 때문에 책과 강의는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이고, 일단 브런치에 정리를 해 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즉, 나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극히 개인적인 이기심의 발로.  


나의 무재성 극복 프로젝트에 많은 응원을 부탁드리....입니다!!!라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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