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전 해야 할 일들 - 건강편
미국 대학원 어드미션을 받은 뒤, 출국 전까지 해야 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들이 있다. 운전면허, 예방접종, 치과 진료, 필요한 경우 안경 맞추기… 등을 차례로 해치워야 한다.
우선 치과 진료. 치과에서 덜 썩은 어금니 3개를 떼웠다. 의사 선생님이 아주 양심 있으신 분이셨는데, 이 정도의 치아는 아직 안 떼워도 된다고 말리셨다. 그러나 곧 유학 가기 때문에 더 썩을 수 있는 치아는 미리 처리하고 싶다고 하니, 3개 다 떼워 주셨다. 진료비는 총 30만원.
왜 의사선생님이 필요 없다는 걸 셀프로 부탁하는 선택을 했느냐, 현재 유학 가있는 친구 중 치통에 고생하고 있는 애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몇백 깨질 바에는 한국에서 30만원으로 가능성을 차단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확실히 떼우니 가끔씩 아프던 게 사라진 거 같다.
예방접종은 합격 전에도 걱정했던 부분 중 하나이다. 병원에 갈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건 9-18 하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18시에 제대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 함부로 예약 잡기 참 힘들죠~
학교 차원에서 내가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은 TDap(파상풍)과 Var(수두) 총 두 개였고, 기숙사를 들어가기 위해선 Men(수막구균)이 권고사항이라고 나왔다. 얘네를 맞기 위해 인터넷을 파워 서칭하다 보니 마침 늦은 퇴근 후에도 갈 수 있는 위치에 야간 진료를 히는 데가 있었는데, 가격 비교 할 것 없이 거기로 정해졌다. TDap이 5만원 정도였으니 좀 비싼 편이었지만 뭐 어쩌겠어요… 야간 진료 해주는 데가 별로 없으니 감사합니답 하고 가야죠. 이 병원에는 TDap만 있고 나머지 2개는 없었는데, 그래도 하나라도 해치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머지 두 개를 맞기 위해 Var 과 Men을 맞기 위해 수두, 멘비오 백신이 있는 곳 중 토요일 진료를 하는 곳을 찾아봤다. 멘비오 백신을 갖고 있는 개인병원은 거의 없었고, 다행스럽게도 집 근처 종합병원에서 멘비오 접종을 한다고 했다. 어느 3월의 어느 화창한 토요일 오전, 수두와 멘비오를 맞으러 병원에 방문했다.
수막구균 예방주사는 우리나라에서 별로 안 알려진 예방접종 같았다. 병원에 가니 원무과 선생님께서는 잘 모르겠다며 일단 접수해줄 테니 가정의학과에 물어보라고 하셨고 가정의학과 간호사 선생님도 물음표를 띄우시더니 검색해 보시곤 주사실에 전화해서 재고 확인을 하셨다. 다행스럽게도 있다고 하셔서 의사 선생님을 잠깐 만난 뒤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나는 생소한 백신인 수막구균을 걱정했는데, 의외의 복병은 수두였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성인용 수두 백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식은 전해 주셨고, 남은 건 결국 미국 입국 후 백신을 맞는 방법 뿐이었다.
미국 유학을 떠올리며 안경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쪽 연구실 선배부터 얼마 전 교환학생에서 돌아온 친구까지,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미국 가기 전에 무조건 안경을 몇 개 맞추어 가야 한다고 했다.
7월 첫 주 토요일, 나는 부모님과 함께 안경을 맞추러 갔다. 2년 전과 시력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하여 같은 도수로 안경을 하나 맞추고, 기존의 안경은 서브 안경으로 강등하였다. 이러면 안경이 총 두 개니, 하나가 불의의 사고로 부러지면 한국에 부탁해 안경을 새로 맞추어서 보내는 동안, 남은 하나로 버틸 수 있다.
부모님이 5년 간 쓸 거, 이왕이면 좋은 거 쓰라며 가장 비싼 옵션으로 사주셨다. 떠날 날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지, 부모님도 요즘에는 자꾸 뭔가를 해주시려 하신다. 외식도 부쩍 잦아졌고 함께 지내는 시간도 자꾸 늘리려 하신다. 7월 한 달은 나 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도 자식의 독립을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 다음 주 토요일 아침, 안과 종합검진을 받았다. 불편한 게 없었지만 그래도 유비무환이니까. 진료비는 22900원 나왔고, 눈에 아무 이상 없다고 하신다. 다행이었다.
안과 검진은 조금 일찍 받을 걸 후회되었는데, 출국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실제로 녹내장 같은 걸 진단받게 된다면 수술을 급하게 잡거나 최악의 경우 입학을 미뤄야 되기 때문이다. 한 3~4월 즈음 검진을 잡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이걸로 미국 가기 전 해야 할 건강 관련 일을 다 마치게 되었다. 나는 7월까지 질질 끌었지만, 이 기록을 읽으시는 분들은 3~5월까지는 마무리 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