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의 연애를 응원한다

by 소율

<2015년 11월 11일>



얼마 전 아들이 전화(보이스톡)를 했다.


"엄마, 나 애인 생겼어!!!"


와하하하!!!

ㅋㅎ 지난 번 통화내용은 이랬다.


"너 아직도 연애 안 하냐? 야, 연애는 무조건 많이 하고 보는 거야!

알래스카 있을 때 나라별로 골고루 다 사귀어 봐라. 그게 다 소중한 인생 경험이다."

"엄마, 연애할 겨를이 어딨어? 지금도 매일 새벽 두세 시에 자는데.

이번 학기 수업도 많고 과제도 많고 아주 죽을 지경이구만."

"그래도 그 나이때 그러면서 연애하는 거야. 좀만 맘에 들면 막 들이대고 보는 거야~"

"나참, 뭐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막 들이대?!"


요랬던 녀석이 드디어!!!

늘상 아들의 연애를 부추기고 종용해온 나로선 그저 반갑기만 하다.

고백하자면 이것이 아들의 첫 연애다.

사춘기 10대 시절에도 좋아하는 여자애 하나 없이 도통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던 아들.

이 녀석에겐 연애세포가 없나???

하고 은근히 걱정이 되더라는.

헌데 대학을 가도 소식이 없다.

언젠가 아들 이름으로 사주를 봐주던 사람이 얘는 여자가 많이 따라다닐 상이라나 뭐라나...

이 사람 돌팔이구만 했는데.


엄마는 평생 니 아빠 한 사람하고만 연애하고 결혼을 해서

그게 늘 (천추의 한...까지는 아니고 ㅋㅋ) 아쉬움이었다.

그리하여 어릴 때부터 "너는 연애 많이 해보고 결혼해라~"하고 주입식 교육을 시켰건만,

이게 먹히지 않더라.

이제야 주입식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인가!^^


이 녀석, 엄마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전화를 한 거였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인지 호구조사부터 들어갔다.

"국적은?"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야. 근데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 엄마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몇 살이나 많은데?"

"네 살."

"음... 좀 많긴 하네. 엄만 상관없어. 니 연애잖아.

근데 재주도 좋다! 어떻게 네 살이나 많은 애를 꼬셨냐?"

"ㅋㅋ 영어로 하니까 더 쉽더라구. 내가 먼저 들이댔지 ㅎㅎ"


오, 가르친대로 잘 하는구먼. ㅋㅋ


"어떻게 만났는데?"

"아시안들만 모이는 파티가 있었는데 거기서 만났어.

사실은 셔틀버스에서 계속 보던 애야. 파티에서 처음 말 걸어본 거지."

"이쁘냐?"

"그냥 수수해. 나같이 지적인 사람은 여자 외모만 보지 않아, 엄마."


'어이쿠, 그러셔?'


"학부생이야?"

"대학원생. 석사과정 하고 있어."

"여튼 축하한다, 아들아!!! 잘 해 봐라~~~^^"


이러더니 어제 또 전화가 왔다.

요즘 얼굴에 뭐가 많이 나고 건조하다고 해서 천연비누랑 로션이랑 보낸다고 했더니,

이젠 괜찮아졌다고 그거 보내지 말란다.

얘는 집에서 뭘 보낸다고 하면 극구 말리는 요상한 취미를 가졌다.


"근데 엄마, 난 내가 이렇게 로맨틱한지 처음 알았다.

어디서 그런 걸 다 배웠는지 몰라 ㅋㅎㅎ"

" ㅍㅎㅎ 왜, 연애를 하니 시가 절로 나오냐? 하늘에 붕 뜬 기분이야?"

"아니 그렇지는 않지만 내가 딴 사람이 된 거 같아.

하루하루가 예전과는 너무 달라. 누군가 날 이렇게 좋아해 준다는 게 신기해.

이젠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너무 좋고."

"그동안 꽤나 외로웠나 보네. 페어뱅크스로 옮기고 나서 많이 힘들었구나."

"아냐, 여기가 앵커리지보다 친구도 많고 모든 게 더 나아.

이번 학기 수업을 너무 많이 신청해서 힘든 거지."

"이젠 주말에 바쁘겠네, 애인 만나느라고."

"애인은 주중에 만납니다. 기숙사가 5분 거리인데 뭘.

낮에 만나니까 밤에만 공부하느라 더 바뻐. 잠 잘 시간이 없어~"
"아이구, 연애도 좋지만 몸도 챙겨가며 해야지.

나가 살면 니 몸은 니가 챙겨야 해,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게."


과연 알아서 할랑가???


남편과도 매일 아들의 연애 얘기를 한다.

첫 연애라 우리 둘다 더 신경이 쓰이는 건지 모르겠다.

언젠가는 "이번엔 어떤 여자니?" 라는 심드렁한 말이 나올수도 ㅎㅎ




나는 뭐랄까,

이제야말로 아들이 정말 다 컸구나 싶은 느낌이 든다.

이제는 정말 (정신적으로도) 부모 곁을 훨훨 떠나는 시기가 왔구나 하는.

몇 주 전까지도 내년 여름에 유럽여행 같이 하자는 말을 하던 아들이었는데,

(물론 난 니 여행경비 니가 벌어 다녀라 하고 거절했지만)

이제는 정말 엄마랑 같이 여행하겠단 말 다시는 안 하겠구나 싶어서,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이렇게 서서히 아들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나보다.


연애를 하고 세상이 파스텔 톤으로 바뀌는 마법을 경험하고

이별도 하고 세상이 잿빛으로 가라앉는 슬픔도 겪어보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설레이고

결국엔 '내 사람이다' 확신하는 그녀를 만나게 되길

소망한다.


엄마는

언제나

너를 응원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열아홉 살, 독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