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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 Feb 16. 2020

키아누 리브스, 매트릭스


배우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그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영화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출연 배우를 좋아하게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매트릭스>를 보고 난 후 나는 ‘키아누 리브스’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나에게 좋아하는 영화 장르를 묻는다면 SF, 콕 집어 어떤 영화냐고 묻는다면 <매트릭스>가 자동으로 튀어 나온다. 1, 2, 3 모두 세 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졌지만 역시 맨 처음 나온 1편이 베스트라 생각한다.       


<매트릭스> 1편은 1999년에 나왔다. 막 상영되었을 때 영화관에서 느꼈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벌써 21년이나 되었다니, 매끈하고 늘씬하던 키아누도 중년이구나. 64년생이니 만 55세. 요즘은 <존 윅>이라는 영화를 시리즈로 찍고 있다. 단발머리에 수염이 덥수룩한 ‘존 윅’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동양과 서양이 섞인 신비로운 외모, 쭉 뻗은 기럭지, 검은 롱코트는 키아누만의 상징이다. 나에게 그는 늘 매트릭스의 ‘네오’로 기억되는 것을. ‘네오’로서의 환상이 깨질까봐 <존 윅>은 일부러 보지 않는다. 오늘은 한창때의 그를 보고 싶어서 매트릭스를 다시 감상했다.     


혹시 영화를 못 본 사람을 위해 네이버 영화 소개를 가져왔다(그런데 매트릭스를 안 본 사람도 있을까?).     


서기 2199년,

인공지능 AI에 의해 인류가 재배되고 있다!

인간의 기억마저 AI에 의해 입력되고 삭제되는 세상.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현실 ‘매트릭스’

그 속에서 진정한 현실을 인식할 수 없게 재배되는 인간들.

그 ‘매트릭스’를 빠져 나오면서 AI에게 가장 위험한 인물이 된

'모피어스’는 자신과 함께 인류를 구할 마지막 영웅 ‘그’를 찾아 헤맨다.

마침내 ‘모피어스’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밤에는 해커로 활동하는 청년 ‘네오’를 ‘그’로 지목하는데…

꿈에서 깨어난 자들,

이제 그들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예전에도 영화의 대사가 참 철학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눈에 더 들어온다. 이번엔 마음먹고 인상 깊은 대사를 받아 적었다.      


“우리를 움직이는 건 질문이다.”

“진짜 같은 꿈을 꾼다면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까?”

“운명이란 모순적일 때가 많다.”  

“인간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재배된다.”   

“매트릭스는 인간을 에너지로 만들기 위해 통제하는 꿈의 세계다.”

“생각하지 말고 인식해.”

“나는 문까지만 안내할 수 있다. 문을 여는 건 네가 해야 한다.”

“Free your mind 마음을 열어라.”

“정신이 죽으면 몸도 죽어.”

“너도 알게 될 거야,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의 차이를.”     

 

특히 스미스 요원의 대사는 인간 종족의 한 사람으로서 반박할 수가 없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 아닌가.   

  

“첫 번째 매트릭스는 완벽한 행복의 세계였다. 하지만 인간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죽었다. 인간은 고통과 슬픔을 통해 현실을 정의한다.”

“인간은 포유류가 아니다.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인간이 하는 일은 한 지역을 파괴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인간은 바이러스다. 지구의 암이다.”



빨간 약을 먹을 것이냐, 파란 약을 먹을 것이냐의 선택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현실 같은 가짜 세상 매트릭스 안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편안하게 살아갈 것인가, 즉 기계에게 재배될 것인가. 꿈에서 깨어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시하고 자유의지로 싸워나갈 것인가. 네오처럼 과연 후자를 선택할 수 있을까? 그러고 나서도 현실의 고통에 굴복해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가려는 배신자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동료들을 배신하는 ‘사이퍼’를 통해 선택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선택한 후에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것도 만만찮게 어렵다.    

   

매트릭스에 갇힌 사람들을 해방시킬 구원자 ‘그’가 바로 ‘Neo(네오)’다. 전능자가 나타나 세상을 구원한다는 세계관은 기독교를 암시한다. 최초의 매트릭스에서 사람들을 깨운 The One이 있었고 그가 죽은 뒤 나타난 네오는 그의 재림이다. 즉 예수와 같은 존재. 스미스 요원에게 총을 맞고 죽었던 네오가 다시 살아나는 부분에서 정말 예수라고 할 수밖에. 트리니티의 속삭임 “I love you”에 네오는 눈을 뜬다(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인가). 그리고 자신이 The One임을 완전히 자각한다. 영화의 맨 마지막에 The One은 말한다.      


“나는 미래를 모른다. 이제 당신이 기대하지 않았던 세상을 보여 주겠다, 하지만 이후의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매트릭스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 혹시 저들처럼 캡슐 속에서 자고 있는 건 아닐까? 상상하니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매트릭스는 철학적인 물음을 많이 던지지만 액션 또한 대단한 볼거리였다. 이후 다른 영화들이 하도 베껴 써먹어 지금은 익숙한 모습이지만 당시에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동양 무술에서 차용한 현란한 액션은 영화 초반부터 눈을 사로잡는다. 트리니티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발차기를 하며 경찰들을 제압하는 정지 화면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네오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트리니티에게도 푹 빠졌다. 짧은 커트머리와 강인한 인상, 검은 가죽옷. 캬 멋있다. 스미스에게 잡힌 모피어스를 구하러 갈 때,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 코트를 입고 360도 회전을 하는 총격 신도 끝내주지만, 압권은 날아오는 총알을 뒤로 허리를 꺾어 피하는 옥상 신이라는 데 모두가 찬성할 것이다. 키아누의 잘 빠진 기럭지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액션의 완결은 영화 끝부분 스미스와의 대결에서 이루어진다. 죽었다 살아난 네오는 스미스의 공격을 여유 있게 받아치고 결국 그를 파괴한다. 끝까지 미스터 앤더슨이라 부르는 스미스에게 네오는 말한다. “My name is Neo.”


아,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매트릭스를 만든 감독 워쇼스키 형제가 지금은 워쇼스키 자매란다. 엥?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2012년 형인 래리 워쇼스키가 성전환으로 여자인 라나 워쇼스키가 되었다. 이어서 2016년 동생 앤디 워쇼스키도 릴리 워쇼스키가 된 것이다. 그러니까 형제에서 남매로, 다시 자매로 바뀌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수준으로 놀라운 일일세. 반가운 소식은 <매트릭스 4>가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감독은 라나 워쇼스키. 매트릭스의 명성을 어떻게 이어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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