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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는 3가지 방법

남는 시간에 기본기를 다져라

by 소율


해마다 연말이 되면 반드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고, 참으로 파란만장한 한 해였다고.


이 수식어가 쓰이지 않았던 해는 거의 없었겠지만 올해만큼 할까요?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적이고 동시다발적인 팬데믹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이었습니다. 새로운 용어도 자꾸 생겨났죠.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 블루, 자가격리, 언택트, n 차 감염, 역학조사 등.


사회적 거리두기는 단순히 몸만 멀어지는 게 아니라 심리적 거리마저 멀어지기 마련이었고요. 코로나 블루라는 신종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불안이 전 세계를 휩쓰는 시대입니다.


저라고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2월부터 연구소의 모든 일이 멈추었고 5월과 7월 두 달 동안만 강의를 했어요. 인쇄 작업만 남았던 세 번째 책 [베트남 소도시 여행]도 출간이 미뤄졌고요. 하지만 이태원 발 2차 확산에 이어 다시 8. 15 집회 발 3차 확산까지, 도무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네요.



남는 시간에 기본기 다지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코로나 쓰나미에 주저 않지 않고 일상을 살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일에는 동전의 앞뒤 면처럼 장단점이 공존합니다. 일은 안 되지만 대신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동안 '소홀했던 기본기'를 다지는데 남는 시간을 쓰자고 마음먹었죠.



운동하기 : 체중 조절과 근육량 늘리기

제가 생각하는 기본기는 우선 몸 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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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에 가까워 여행자로 작가로 강사로 활동하며 운동에 소홀했거든요. 몇 년 새 체중이 5. 5kg이 늘었어요. 일단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3월부터 만 보 걷기, 만 오천 보 걷기를 꾸준히 했습니다. 탄수화물을 많이 줄이고 건강하고 단순한 식사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체중을 감량하고 근육량을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결과는 현재 4. 5kg을 감량했답니다, 야호! 완벽하진 않지만 90%의 성공이라 하겠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이 슬림 해져서 옷 입기가 한결 편해졌어요. 그동안 못 입던 옷들을 활용할 수 있어 올해는 더 이상 옷을 사지 않을 겁니다.


운동은 현재 6개월째 지속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 땅끄부부의 동영상을 보며 따라 합니다. '걸쭉빠 만보'와 '칼소폭 매운맛' 등 이름도 기발한 운동을 하고 있어요. 이제는 근육량 늘리기에 집중하려고 해요. 전에는 몰랐던 홈트의 세상이 재미납니다. 날씨와 층간 소음, 시간에 상관없이 할 수 있어 코로나 시대에 딱이죠.


내내 운동을 하면서 '운동 모임'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카톡 운동 모임 '만보 클럽' 어떨까요? 매일 만 보를 걷고 인증하고 격려하고, 멋지지 않나요? 같이 하면 더 오래 더 멀리 가는 법이니까요. 여행 작가가 뜬금없이 운동 모임이라니,라고 하실까 봐 아직은 생각 중입니다.



아침 독서 : 벽돌책 도전


두 번째 기본기는 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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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작가이니 당연히 책을 많이 읽겠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네 물론 읽지요. 다만 제 입맛에 맞는 책들만 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쳐보려고 하는데도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네요. 솔직히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손이 안 가는 책에 도전하기로 했어요. 흔히 '벽돌책'이라 일컫는 지루하고 두툼한 책들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맡의 책상에 앉아 책을 폅니다. 시간은 약 30분. 즉 방 밖으로 나가기 전에 목표 시간부터 채워요. 습관을 잡을 때는 조금씩 만만하게 해야 유지를 할 수 있거든요. 우스워 보이는 아침독서 30분으로 그렇게도 눈에 안 들어오던 벽돌책을 한 권씩 떼고 있답니다. 이것 참 신기해요.


끝이 안 날 것 같았던 서양미술사(곰브리치)를 드디어 마쳤고요, 총 균 쇠(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반 정도 남았어요. 밤에는 말랑말랑한 책들을 읽으며 또 다른 독서 욕구를 채웁니다.


역시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싶어졌어요. 뭘 하거나 모임으로 연결되는 뇌 구조일까요?^^ 만만하게 하루에 두장 읽기 정도라면 누구라도 시도할 수 있겠죠. 이것도 연구중입니다.



필사하기 : 에세이 필사


세 번째는 독서의 단짝 친구, 필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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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는 이전에도 했었지만 한동안 뜸했어요. 주로 제가 좋아하는 여행 에세이를 골랐습니다. 전체를 하는 건 아니고 밑줄 친 부분만 손글씨로 노트에 적었지요.


코로나 시대를 맞아 시간이 나는 관계로 다시 시작한 필사. 이건 혼자 하기 싫어서 모임에 들었어요. 총 3권의 에세이를 부분적으로 필사하는 모임이었죠.


글쓰기의 최전선(은유)

아침의 피아노(김진영)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신형철)


매일 카톡에 올라오는 부분을 필사하고 감상은 적어도 되고 안 적어도 되고요. 필사는 서두르면 안 됩니다. 일종의 명상과도 비슷합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적습니다. 저는 글씨가 못나지는 게 싫어서 예쁘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몸과 마음이 분주한 날은 필사를 못해요. 하더라도 시간에 쫓기면 만족감이 떨어집니다. 필사해 놓은 걸 나중에 읽어도 좋지만, 전 쓰는 순간을 즐기는 게 더 좋더라고요. 온전히 현재를 사는 방법, 필사입니다.

필사도 모임을 할 수 있지요. 필사에 낭독을 더할 수도 있고요. 연구할 게 참 많아요. 흐흐흐.


운동, 독서와 필사


이 세 가지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저만의 방법입니다.

물론 여러분에게도 쓸모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피할 수 없고 도망갈 수도 없는 코로나 시대,

가능하면 현명하게 파도를 헤쳐갔으면 합니다.

쉽지는 않을 거예요,

아직도 출구는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우리,

잘 살아내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여행작가 소율과
온라인으로 온기를 나누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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