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세 줄만 3기> 11일 차~21일 차

'사진 한 장을 보며'~'글쓰기를 하며 느낀 것'

by 소율


안녕하세요?

강소율여행연구소 대표,

여행작가 소율입니다.


아래는 11월 10일에 시작해서 21일 동안 진행하는

<딱 세 줄만 3기> 여러분과 함께 쓰는 글입니다.


현재 <딱 세줄만> 4기 모집 중이에요~^^

https://brunch.co.kr/@soyuly/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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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11일 차 사진 한 장을 보며


횡성 시골마을에 아담한 집 하나.

전원주택이라지만 호화롭지 않고 소박하다.

농사짓는 토박이 이웃들에게 모나지 않으려는 주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집 앞엔 너른 논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가을 산이 둘러쌌다.

아파트 평수로 사람을 나누는 강남이 싫어 이곳까지 오셨단다.

덕분에 나도 코에 바람 좀 넣었다.

처음으로 혼자 운전해서 횡성까지 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혼자서) 휴게소 들른 것도 특별한 추억이다.

좋아하는 분도 만나고 강원도 상쾌한 공기도 마시고 혼자 씽씽 장거리 운전도 하고, 일석삼조.

강소율 다 컸네.

[11/21] 12일 차 오늘의 내 모습을 3인칭으로 쓰기


"똑똑~"

나가보니 치킨 박스가 현관 문고리에 걸려있다.

"엄마, 치킨 왔어! 나오세요."

그녀는 누워있던 노인을 불러냈다.

엄마가 좋아하는 양념치킨과 후라이드 치킨, 일명 반반 치킨을 시켰다.

노인은 양념 치킨을 한 입 물더니 반색을 한다.

"아유 맛있다! 내가 요새 고기 맛을 못 봤어."

그녀는 믿지 않았다.

대신 치킨 두 조각을 더 접시에 올리며 말했다.

"응, 그니까 많이 드셔."

치매 증세가 더해가는 노인의 말이 사실일 리가 없었다.

'남동생이 들었으면 기겁하겠네.'

토요일 낮 1시.

늙은 엄마와 젊지 않은 딸, 두 모녀가 마주 앉은 점심식사.

노인은 치킨에 웃었고 그녀는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11/22] 13일 차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빛나다.

스스로 빛나고 싶다.

태어날 때부터 가족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사는 동안 늘 조연인 것 같았다.

타인보다 더 빛나고 싶은 게 아니라 타인에게 기대어 빛나고 싶은 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부터 나만의 빛을 만들고 싶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충만한 나로 살고 싶다.

[11/23] 14일 차 월요일의 풍경 스케치


조용하다.

아들은 낮잠을 잔다.

시차 때문에 어젯밤 6시간을 깨어있었다네.

파병 갔던 남수단에서 돌아온(전역한) 다음날, 오늘부터 민간인이다.

나도 실감이 안 나고 저도 그렇단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월요일이 흘러간다.

[11/24] 15일 차 섭섭했던 날의 기억


수많은 섭섭했던 날 중에 최초의 기억은 아마 내가 태어난 날일 것이다.

엄마는 상처 주는 줄도 모르고 자주 말씀하셨다.

너를 낳고 보니 딸이어서 참 좋았다고.

여기까지 들으면 그게 어때서?라고 생각할 테지만 그 뒷말이 정말 싫었다.

이제 우리 큰 딸이 외롭지 않아 다행이라고.

그러니까 나는 언니를 위해 낳은 셈이었다.

나 자체로 환영받은 게 아니라 언니의 외로움을 덜어줄 대상으로 반가웠다니.

반대로 너에게는 언니가 있어 외롭지 않아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본인의 말씀대로 지금까지도 엄마의 관심은 늘 언니였다.

엄마에게 난 안중에 없는 자식이었다.

이런 걸 두고 팔자고 운명이라 하던가.

그러나 나는 나를 그런 자리에 처박아 두고 싶지 않았다.

엄마랑 관계없이 나는 내가 지킨다.

나는 내가 키운다.

나는 내가 살린다.

그게 나의 진짜 운명인 것 같다.


[11/25] 16일 차 식물과 소통이 가능해진다면


오늘 깊은 곶자왈을 오래 걸었다.

만약 식물과 대화할 수 있다면 궁금한 게 참 많다.

나무 꼭대기의 잎사귀들이 바람에 마구 흔들릴 때 어떤 기분인지,

새들이 앉았다 간 자리는 간지러운지,

아직도 초록색 고사리 너는 팔팔한 청춘인 건지,

바닥에 떨어진 단단한 도토리들은 흙 속에 묻히는 게 두렵진 않은지.

한낱 인간 종이 너희를 베고 뽑을 때

분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어떻게 다스리는지.

곶자왈은 그 속에 사는 모든 것들이 개별이자 전체로 살아 숨 쉰다.

곶자왈을 걸을 땐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잠시 나도 그들 중 일부가 되는 것 같았다.

[11/26] 17일 차 내가 좋아하는 순간 3가지


1. 빗방울 떨어지는 통유리창 앞에서 커피 마시기

2. 바람 부는 오솔길을 혼자 걷기

3. 스타트렉 시리즈를 한 편씩 아껴가며 보기

[11/27] 18일 차 후회하는 일


후회하는 일이야 수도 없이 많다.

특히 내가 나를 최우선에 두지 않고 행동했을 때가 단골 후회 품목이다.

스스로 글쓰기에 재능이 없다고 미리 포기했던 고등학교 시절,

대학 갈 때 큰 오빠의 선택(?)에 따라 전공을 정한 일,

시부모님께 십수 년 고통을 받으면서도 맞서지 못했던 것,

팔다리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세계여행을 중단하고 돌아온 일......


남이 나를 함부로 대하는 것보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았을 때가 제일 후회스럽다.

꼭 몸으로 겪어봐야 배워지는 게 삶인 것을.

반평생 넘어져 봤으니 나머지 2라운드는 좀 낫겠지?

[11/28] 19일 차 '어쩌면'으로 시작하는 글


어쩌면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거세다.

털실로 짠 벙거지를 눌러썼다.

사방팔방 몸부림치던 머리카락이 겨우 안착했다.

한결 포근하다.

빗방울이 점점이 떨어진다.

괜찮다, 모퉁이만 돌면 집이다.

돌아갈 곳이 곧 천국이지.

[11/29] 20일 차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일


눈을 떴다.

방 안이 컴컴하다.

시계를 보니 6시다.

벌떡(!) 일어나는 건 내 사전에 없다.

이불을 끌어당기며 뭉기적거린다.

오른쪽으로 누웠다 왼쪽으로 누웠다 뒹굴거린다.

머릿속으로 오늘 할 일들을 생각해 본다.

그만 일어나야겠다.

핸드폰을 켜서 <딱 세 줄만 3기> 방에 들어가 오늘의 소재를 올린다.

다들 어려워하지 말고 편하게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

이제 진짜 이불을 박차고 하루를 시작한다.


[11/30] 21일 차 글쓰기를 하며 느낀 것


딱 세 줄만 3기를 오늘로 마친다.

세 줄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세 번째 버전.

처음 하시는 분들도 계속하시는 분들도 모두 수고하셨다.

자리 잡고 쓰는 걸 부담스러워하실까 봐 카톡으로 편하게 쓰는 모임이다.

시작은 세 줄이지만 갈수록 글이 길어진다.

여러 번 참여하신 분들의 글은 확연히 좋아졌다.

가볍게 그러나 성실하게, 그게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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