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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촬영 비하인드 스토리

JTBC '오늘 굿데이' 촬영준비편

by 소율

"안녕하세요? 저는 JTBC '오늘 굿데이' 작가 박**이라고 합니다......"




지난주 토요일 저녁,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생활정보 프로그램인 '오늘 굿데이'에서 '중년 주부들을 위한 여행 정보'를 컨셉으로 방송을 하고 싶단다.

컨셉은 정확히 내가 진행하는 여행강의(중년을 위한 첫번째 배낭여행)http://blog.naver.com/tontone/220896828696와 일치한다. 내가 예측한 대로 이제부터는 '중년들의 배낭여행 시대'가 도래하나 보다.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여행준비법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아마도 몇년 안에 중년 배낭여행이 대세가 될 것 같다.

집에 TV가 없다보니 요즘 유행하는 여행 프로그램들을 자세히 본 적은 없다. 예전부터 '세계테마기행'은 즐겨 보았지만 다른 것들은 잘 모른다. 평소 TV를 안 보는 내가 TV에 출연한다는 게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볼 기회라서 선뜻 수락을 했다. 2014년도에 여행에세이 <고등학교 대신 지구별 여행>을 출간한 뒤 한 번 방송출연을 했었다. JTBC 김미경 전현무의 '나만 그런가'http://blog.naver.com/tontone/50191442706라는 프로였다. 한번 방송해 보고 반응이 좋으면 계속 진행하고 그 반대면 막을 내리는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 운이 안 따라줬는지 2회까지 하고는 인기가 없어서 바로 없어져 버렸다. 책 판매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슬픈 전설. 오, 이번에도 JTBC. 뭔가 JTBC랑 인연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촬영일이 그 다음 주 화요일이란다. 즉 이틀 뒤가 촬영날. 오마나 이건 번개불에 콩 구워먹기잖아! 게다가 우리집에서 촬영을 한다네? '나만 그런가'처럼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게 아니다. 거기다 출연자가 한 명 더 필요하다네. 내 강의를 들었던 수강생도 같이 나와야 한다고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강생들에게 일일히 전화를 걸어 부탁을 해야 했다. 갑작스레 어려운 부탁을 하니 쉽게 될 리가 있나. 절반은 화요일(마침 6월 6일 현충일, 빨간날)에 이미 다른 사정(여행이라던가 다른 약속)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TV출연을 절대로 못 한다는 것이었다. 한 분이 다행이도 "정 사람이 없으면 나라도 도와주겠다"고 선처를 내려주심.

겨우 출연자를 섭외해놓고 본격적인 대청소에 들어갔다. 특히 내가 글쓰고 작업하는 공간인 내 방을 집중적으로 정리했다. 이사하면서 엉망으로 대충 꼽아놓은 책들을 다 꺼내어 주제별로 다시 꼽고 책장의 먼지를 닦았다. 쓰기 편하게 책장에 올려 놓은 각종 잡다한 물건들을 좁은 베란다에 던져 놓기. 보여주기 위한 가식적인 미니멀리즘한 인테리어로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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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던 남편의 운동기구들도 베란다로 피신시켰다. 이사하면서 오랜된 세계지도를 버렸는데 다시 커다란 세계지도를 구해서 텅빈 벽에다 걸기. 전면 유리창과 창틀 먼지와 거실 바닥을 손걸레질 했다. 거실에서 내 방으로 이어지는 동선에 위치한 부엌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았다. 아, 일요일, 월요일까지 총 이틀 동안 쌔빠지게 혼자서 대청소를 했다. 남편도 아들도 일요일에 선약이 있다고 나가 버리고 나혼자 중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안 도와준다고 원망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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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작가님이 사전 인터뷰지를 보냈는데 그걸 작성하지도 못하고 청소에만 올인. 저녁이 되자 기다리다 못한 그녀가 다시 문자를 보냈다.

"소율 작가님, 질문지 답변은 언제쯤 주실 수 있나요??"

뉘에뉘에, 바로 써드려야죠.^^;;

인터뷰지 질문이 무려 10개. 열심히 자세히 써서 보냈다. 그런데 두둥~, 다시 걸려온 전화. 촬영장소가 홍대에 있는 카페로 변경되었단다. 무시기 이런! 사실 전에도 경험했지만 방송 내용이나 준비가 자꾸 바뀌긴 하더라. 이런저런 의논을 하다 보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는거야 당연한 일이지. 단지 너무 촉박한 일정이 문제인 것이여. 다음날 홍대 올 때 아예 캐리어를 싸가지고 오란다. 여권이나 비행기 티켓, 기념품, 사진 등도 함께 가져와 달란다. 집에서 하면 굳이 싸들고 갈 필요가 없겠지만 장소가 바뀌었으니 물품을 모두 들고 갈 밖에. 서랍에서 잠자던 각종 여행자료들을 꺼내어 챙겨 놓았다. 마치 여행가는 것처럼 캐리어를 싸놓았다. 휴, 이제 준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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