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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 Jun 07. 2017

방송촬영 비하인드 스토리

JTBC '오늘 굿데이' 촬영준비편

"안녕하세요? 저는 JTBC '오늘 굿데이' 작가 박**이라고 합니다......"




지난주 토요일 저녁,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생활정보 프로그램인 '오늘 굿데이'에서 '중년 주부들을 위한 여행 정보'를 컨셉으로 방송을 하고 싶단다.

컨셉은 정확히 내가 진행하는 여행강의(중년을 위한 첫번째 배낭여행)http://blog.naver.com/tontone/220896828696와 일치한다. 내가 예측한 대로 이제부터는 '중년들의 배낭여행 시대'가 도래하나 보다.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여행준비법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아마도 몇년 안에 중년 배낭여행이 대세가 될 것 같다.

집에 TV가 없다보니 요즘 유행하는 여행 프로그램들을 자세히 본 적은 없다. 예전부터 '세계테마기행'은 즐겨 보았지만 다른 것들은 잘 모른다. 평소 TV를 안 보는 내가 TV에 출연한다는 게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볼 기회라서 선뜻 수락을 했다. 2014년도에 여행에세이 <고등학교 대신 지구별 여행>을 출간한 뒤 한 번 방송출연을 했었다. JTBC 김미경 전현무의 '나만 그런가'http://blog.naver.com/tontone/50191442706라는 프로였다. 한번 방송해 보고 반응이 좋으면 계속 진행하고 그 반대면 막을 내리는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 운이 안 따라줬는지 2회까지 하고는 인기가 없어서 바로 없어져 버렸다. 책 판매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슬픈 전설. 오, 이번에도  JTBC. 뭔가  JTBC랑 인연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촬영일이 그 다음 주 화요일이란다. 즉 이틀 뒤가 촬영날. 오마나 이건 번개불에 콩 구워먹기잖아! 게다가 우리집에서 촬영을 한다네? '나만 그런가'처럼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게 아니다. 거기다 출연자가 한 명 더 필요하다네. 내 강의를 들었던 수강생도 같이 나와야 한다고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강생들에게 일일히 전화를 걸어 부탁을 해야 했다. 갑작스레 어려운 부탁을 하니 쉽게 될 리가 있나. 절반은 화요일(마침 6월 6일 현충일, 빨간날)에 이미 다른 사정(여행이라던가 다른 약속)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TV출연을 절대로 못 한다는 것이었다. 한 분이 다행이도 "정 사람이 없으면 나라도 도와주겠다"고 선처를 내려주심. 

겨우 출연자를 섭외해놓고 본격적인 대청소에 들어갔다. 특히 내가 글쓰고 작업하는 공간인 내 방을 집중적으로 정리했다. 이사하면서 엉망으로 대충 꼽아놓은 책들을 다 꺼내어 주제별로 다시 꼽고 책장의 먼지를 닦았다. 쓰기 편하게 책장에 올려 놓은 각종 잡다한 물건들을 좁은 베란다에 던져 놓기. 보여주기 위한 가식적인 미니멀리즘한 인테리어로 돌변.
            


거실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던 남편의 운동기구들도 베란다로 피신시켰다. 이사하면서 오랜된 세계지도를 버렸는데 다시 커다란 세계지도를 구해서 텅빈 벽에다 걸기. 전면 유리창과 창틀 먼지와 거실 바닥을 손걸레질 했다. 거실에서 내 방으로 이어지는 동선에 위치한 부엌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았다. 아, 일요일, 월요일까지 총 이틀 동안 쌔빠지게 혼자서 대청소를 했다. 남편도 아들도 일요일에 선약이 있다고 나가 버리고 나혼자 중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안 도와준다고 원망도 못 했다. 



방송 작가님이 사전 인터뷰지를 보냈는데 그걸 작성하지도 못하고 청소에만 올인. 저녁이 되자 기다리다 못한 그녀가 다시 문자를 보냈다.

"소율 작가님, 질문지 답변은 언제쯤 주실 수 있나요??"

뉘에뉘에, 바로 써드려야죠.^^;;

인터뷰지 질문이 무려 10개. 열심히 자세히 써서 보냈다. 그런데 두둥~, 다시 걸려온 전화. 촬영장소가 홍대에 있는 카페로 변경되었단다. 무시기 이런! 사실 전에도 경험했지만 방송 내용이나 준비가 자꾸 바뀌긴 하더라. 이런저런 의논을 하다 보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는거야 당연한 일이지. 단지 너무 촉박한 일정이 문제인 것이여. 다음날 홍대 올 때 아예 캐리어를 싸가지고 오란다. 여권이나 비행기 티켓, 기념품, 사진 등도 함께 가져와 달란다. 집에서 하면 굳이 싸들고 갈 필요가 없겠지만 장소가 바뀌었으니 물품을 모두 들고 갈 밖에. 서랍에서 잠자던 각종 여행자료들을 꺼내어 챙겨 놓았다. 마치 여행가는 것처럼 캐리어를 싸놓았다. 휴, 이제 준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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