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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 Jun 07. 2017


이런 방송촬영이라면 완전 괜찮아!

JTBC '오늘 굿데이' 촬영 후기

                           JTBC '오늘 굿데이'  -  6월 15일(목) 6시 30분 방송 예정!





다음날 촬영일 약속시간.
홍대 근처 여행카페 '위안'에 들어서니 촬영팀은 벌써 와있다.

            



"소율 작가님, 오셨어요? 저희 점심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안 그래도 12시 15분인데 점심은 건너뛰고 촬영하나?라고 살짝 궁금해하던 중. 우와, 그런데 촬영팀 인원이 엄청 많다. 나는 한 네댓 명 되려나 했는데 열 명이 넘어 보였다. 거의 열다섯 명은 되는 듯. 스튜디오 촬영도 아니니 최소한의 인원이 할 거라고 지레짐작했거든.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본격적인 촬영 준비.



스텝들은 카메라들과 조명들을 설치하고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했다. 한쪽에서는 엠시인 장성규 아나운서와 신우식 스타일리스트에게 촬영 내용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나는 메이크업을 수정받았다. 집에서 나름 화장을 했지만 다시 봐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일반인 화장과 방송용 화장은 다르다는 걸 잘 아니까. 느낌 아니까.그 뒤에 챙겨 온 캐리어 짐과 자료들을 작가님들께 설명해 드렸다.


이윽고 촬영 시작.
두 분 엠시가 카페 마당에서 이야기를 하며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실내에서 수강생인 전**님과 담소 중. 엠시들이 인사를 하고  전**님께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그녀, 천연덕스럽게 대답하고 퇴장. 생각보다 잘 하신다.^^  


드디어 본격적인 소율 촬영분이 시작되었다. 엠시들이 여러 가지 도입부 질문을 하고 나도 이야기를 나눈다. 이분들, 어쩜 이렇게 재미있게 진행을 잘 하시냐! 역시 전문 방송인은 다르군. 나는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약간 입술이 떨리는 증상 발생. 오, 이거 조금 떨리는 걸. 잠깐 컷 하는 사이에 "아, 생각보다 떨리네요." 하니 피디님과 작가님들, "아뇨. 전혀 안 떠시는데요? 아주 잘 하고 계세요!"라며 기운을 북돋아 준다.



두 분 엠시가 워낙 웃기셔서 촬영하는 내내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나도 자연스레 입이 풀리며 평소 강의하던 대로 술술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오오 내가 의외로 약간의 유머를 구사함. 엠시들에 비하면 유치원 수준이지만 여하튼 스스로가 기특하구나. 촬영 후반부는 칠판을 갖다 놓고 진행했다. 두 분이 구체적인 여행 준비법에 대해 물어보면 내가 칠판에 간단하게 적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 살짝 가벼운 강의식. 

사실 집에서 (쓸데없이) 청소에 온 힘을 쏟느라 막상 할 이야기에 대해서는 신경을 못 썼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내가 늘 하던 강의 내용이다. 이미 머리 속에 완벽하게 들어가 있는 내용이니 청산유수로 말이 나온다. 피디님과 스텝분들 모두 내가 말을 잘 한다고 폭풍 칭찬. 두 분 엠시들은 정말 순발력과 유머가 뛰어나다. 이래서 방송일을 하는구나 싶었다. 역시 프로는 달라. 

잠깐 쉴 때 지켜보던 스텝들이 수군수군, "이거 진짜 재밌다!" 
저기 여러분, 그런 얘기는 좀 더 크게 해주셔도 전혀 곤랑하지 않아요!



다음에는 캐리어를 펼쳐놓고 짐싸기 팁을 알려주는 순서. 짐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설명을 했다. 더불어 수납팩에 넣어둔 여행지에서 사 온 옷들도 보여 드렸다. 그러고 나서 뽑아온 여행 사진들을 보면서 에피소드 이야기 하기. 여권의 못 생긴 사진까지 공개하며 박장대소. 근데 피디님, 그거 진짜 나갈 건 아니죠? 편집의 묘미를 발휘해 주시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시청자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여행은 그렇기 때문에, 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것이다'라는 멘트를 끝으로 촬영 끝.인 줄 알았지만 남은 게 또 있더라. 지구본 돌리는 모습, 지도 앞에 서 있는 모습, 캐리어 끄는 모습 등 자잘한 컷들을 또 찍었다. 



이렇게 해서 장장 3시간에 걸친 촬영이 끝났다. 
그러나 실제 방송은 15분짜리라는 거. 

나 왈, 
"피디님, 이거 15분으로 편집하려면 정말 힘드시겠어요!"

엄청 귀여운 매력의 소유자, 젊은(이라고 쓰고 '어린'이라고 읽는다) 피디님 왈, 
"네, 제가 고생해야죠."

엠시 두 분 왈,
"이거 15분으로 내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워요! 진짜 우리 소율 작가님 거는 한 시간 배정해야 돼!"

모든 스텝 왈,
"여행 얘기, 너무 재밌었어요! 역시 강의하는 분이라 정말 말씀도 잘 하시고요!"

다시 완전 업된 나 왈, 
"다들 제 강의 들으러 오세요!" 


                     촬영 후 엠시인 장성규 아나운서와 신우식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TV로 보는 것보다 훨씬 잘생기고 키 큰 장성규  아나운서


                                       동반 출연자, 수강생 전**님


                                               박지은 방송작가님 



다들 나를 띄워 주려고 과한 칭찬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기분은 하늘로 올라갔다. 그 과한 의도, 충분히 성공이다. 지난번 '나만 그런가' 녹화를 할 때는 사실 너무 힘들었다. 출연자도 지나치게 많았고 2회분을 한꺼번에 촬영하느라 기다리는 시간도 길었다. 이번에는 출연자가 엠시 외에는 나 한 명이어서 완전 존중받는 느낌. 한 판 재미지게 잘 놀았다는 느낌. 힘든 게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를 얻은 느낌이다.

그나저나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15분 안에 간택될지 심히 궁금하도다. 안 그래도 각진 내 얼굴은 또 얼마나 네모나게 나올 것인지 심히 걱정되도다. 오글거려서 내가 나를 어찌 볼까 심히 닭살 돋는다. 걱정 반 기대 반. 궁금 반 닭살 반. 반반 치킨도 아닌 것이 하여간 내 마음은 반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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