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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 May 22. 2017

지랄총량의 법칙? 예쁨총량의 법칙!

<2017년 5월 1일>

 

며칠 전 벼르던 네일아트를 받고 왔다. 네일아트라고 하기에도 뭣한 것이 그냥 손톱 손질하고 매니큐어를 발랐을 뿐. ㅋ 언젠가부터 여자들의 손톱이 눈에 들어오더니, '거 참 예쁘다'에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로 발전했다. 요즘 계속 네일아트 받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다 손톱도 정성껏 길렀다. 내 평생 손톱 길이가 이리 길었던 적은 처음이다. 보통은 걸리적거리는 게 싫어 짧게 자르는 편이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의 다른 버전, "사람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묻는다면.

내 경우, 사람은 변하더라. 사람 마음은 변하더라.


20대 대학시절에도 화장 한번 안 했고 30대 아직 젊은 데도 꾸미는 걸 몰랐다. 워낙 성정이 겉모습 화려한 것에 관심이 없었다. 이때까지 집에서 매니큐어 한번 발라본 적이 없었다. 40대까지도 그리 살았다. 오죽하면 립스틱만 살짝 발라도 집안의  두 남자, 남편과 아들은 "오늘 화장했네? 너무 진하게 하지 마"라고 할 정도였다. 남자들은 이상한 게 남의 여자가 화장하면 이쁘다고 하다가도, 자기 여자(엄마, 아내 포함)가 화장하면 진하다, 과하다, 참견이 많아진다. 그건 뭔 심리 일꼬???


여하튼 그리 살다 나이 오십이 되니 이제는 이쁜 게 슬슬 눈에 들어오는 거라. 작년 유럽여행을 한복 여행으로 하면서 열심히 화장을 하게 되었다. 아무리 여행 한복이라지만 맨 얼굴엔 당최 어울리지가 않았으니까. 요즘엔 외출할 땐 반드시 아이섀도와 아이라인까지 나름 풀메이크업을 하고 나간다. 메이크업 강좌를 들어보고도 싶다. 하려면 좀 제대로 하고 싶어서. 스페인에서 사 온 크고 화려한 귀걸이도 매일 하고 다닌다. 우리나라 스타일과 맞지는 않지만 나만 좋으면 된 거지 뭐.  
            


아줌마들 사이에 전해오는 이야기 중에 '지랄총량의 법칙'이란 게 있다. 인간이 평생 할 지랄은 정해져 있으니 어릴 때 속 썩인다고 슬퍼할 것도 아니고 반대로 말 잘 듣는다고 기뻐할 것도 아니다, 뭐 이런 야그. 나는 요즘 '예쁨총량의 법칙'도 있다는 걸 알았다. 여자라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구가 있는 법. 40대까지 없었던 그게 나이 먹어서 뒤늦게 생기는 거였다. 이거, 나쁘지 않다.^^ 아니 꽤 괜찮다. 젊음만으로도 파릇파릇 이쁜 나이는 애저녁에 지났지만, 50에 다시 시작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말이다, 네일숍에 갔는데 난 그렇게 가격이 비싼 줄 몰랐다. 일반 매니큐어를 바르면 집안일하다가 혹은 가방 뒤지다가 신발 신다가 긁히거나 파인단다. 그렇긴 하지. 쌀 씻다 매니큐어 조각 밥에 들어갈까 봐 그동안 바를 엄두를 못 냈다. 이제는 뭐, 아들도 독립했고 남편도 거의 먹고 들어오니 예전처럼 지성으로 밥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기왕이면 튼튼한(?) 젤 네일을 하라는데 젤 네일인가 뭔가는 기본이 4, 5만 원에 내가 동경하던 멋지구리 손톱은 10만 원대였다. 그런데 손톱이란 것이 일주일만 지나도 자라는데 젤 네일은 다시 샵에 와서 보수공사를 해야 한단다. 오 마이 갓, 그게 5만 원. 화들짝 놀란 나는 언제라도 자가 보수가 가능한 매니큐어를 바르기로 했다. 반짝이 분홍으로다. ㅋㅋㅋ 반짝이의 장점은 좀 긁혀도 티가 안 나요.^^
 


이쁜 건 저절로 되는 게 아니었다. 그게 다 돈이었다. 요즘 젊은 애들은 예뻐지려면 정말 돈이 많이 드는구나. 어디선가 또 속눈썹 연장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게 뭔가 했더니, 인위적으로 속눈썹을 붙여 인형 속눈썹으로 만들어 준다는 거였다. 아, 인조 속눈썹. 문제는 한 달이 지나면 다 떨어진단다. 그래서 그걸 한 달에 한 번씩 해야 한다네? 것도 기본이 4만 원. 자연스러운 건 10만 원? 역시 오 마이 갓이다!(난 지금까지 딱 두 번 인조 속눈썹을 붙여 보았다. 한 번은 내 결혼식 때, 다른 한 번은 첫 책 출간하고 JTBC '나만 그런가'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였다) 그러니까 그동안 내가 '요즘 애들은 참 다들 이뻐. 어쩜 저리 속눈썹조차 길고 이쁠까!'라고 감탄했던 게 대부분 인조 속눈썹이었다고라.


자본주의 사회는 이렇게 이쁘고 싶은 마음을 이용해 돈을 뜯어간다. 이뻐지고 싶은 욕구와 소비는 일방통행으로 연결된다. 한 번 정도 하는 건 몰라도 "매달 돈을 (처)들여야 당신의 이쁨이 유지됩니다!" 라니! 마치 매달 상납받는 조폭 수준이다. 이쯤 되고 보면 나의 무신경한 예쁨 총량은 돈을 엄청 아꼈네그려. 아끼다 못해 벌었구만! 평생 짠순이로 살아온 나는 그저 소심하게 매니큐어나 바르련다. 욕구와 소비 사이에서 현명하게 외줄 타기를 하는 방법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 있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내 생각은 그렇다. 이쁨의 기준은 '내가 보기에 만족스러운가'이다. '남의 시선을 만족시키는가' 아니고. 예전에는 안 꾸미는 내가 좋았고 지금은 꾸미는 내가 좋다. 그뿐이다.       


네일숍에서 돌아오는 길, 내가 발랐던 것과 똑같은 색깔의 매니큐어를 샀다. 투명 하나, 반짝이 분홍 하나, 반짝이 은색 하나. 총 3개인데 세일해서 6천 원. 다음부터는 가끔 손톱 손질만 받고 매니큐어는 집에서 바르는 걸로. 이 정도만으로도 뒤늦은 예쁨총량 충분하다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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