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놈 심보용 운동
코로나 시대는 곧 홈트의 전성시대를 불러왔다. 내가 잠깐 맛보았던 유튜브 채널은 홈트 계의 유아반이라 할 수 있는 ‘땅끄부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꽤 유명한 채널이다. 땅끄부부는 ‘준비물 노우, 층간소음 노우’를 외치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운동을 추구한다. 이건 완전 내 취향인걸?! 순한 인상의 부부가 방긋방긋 웃으면서 운동을 독려한다. 스트레칭,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 등 다양한 영상 중 당기는 대로 고르면 된다.
‘걸쭉빠 만보(1만 보 걸으면서 살이 쭉쭉 빠지는 운동)’, ‘칼소폭(집에서 칼로리 소모 폭탄 걷기 운동), ‘무조건 뱃살 빠지는 운동 베스트 5’, ‘허벅지 안쪽살 끝장내기’, ‘팔뚝살 폭파 운동’, ‘예쁜 일자 어깨 승모근 스트레칭’ 등등. 제목만 보아도 솔깃하다. 당장 해 보고 싶어서 몸이 막 근질거리지 않는가?
나의 단골 메뉴는 ‘걸쭉빠 만보’였다. 일종의 체조와 비슷한데 바보라도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동작이 단순하다. 스마트밴드를 차고 해 보면 6천 보가 살짝 넘는다(만 보가 안 되지만 애교로 넘어감). 걸음 수 획득은 기본이고 놀랍게도 엄청난 장점이 숨어 있었다. 유방암 수술을 했을 때 오른쪽 겨드랑이 임파선을 같이 떼어냈기에 오른쪽 어깨가 늘 뻐근하다. 동남아시아 여행에서 마사지를 몇 번씩 받아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한 시간 동안 걸으면서 팔다리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걸쭉빠 만보’를 하고 나면 신기하게 어깨 통증이 사라진다. 마사지보다 훌륭한 치료는 바로 운동이었어.
평소 유산소 운동에만 집중해서 당신의 근육이 걱정되는 분, 하지만 본격적인 근력운동을 하기는 여의치 않은 분께 유산소 운동인 듯 근력운동인 듯 애매한 ‘칼소폭’을 권한다. 난이도에 따라 순한 맛과 매운맛을 고를 수 있다. 순한 맛은 편하게 매일 할 수 있는 정도이고 매운맛은 하고 난 뒤 다리가 조금 후들거릴 정도로 강도가 있다. 취향과 체력에 맞게 취하시길.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 스쾃 100개 하기 모임. PT 경험이 있으니까 집에서도 스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하루에 100개? 스쾃 100개가 이웃집 개 이름도 아니고. 감히 기대하지 않았다. 욕심내지 말고 조금씩 해 보자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모임은 ‘라이크핏(Like Fit)’이라는 앱을 깔고 매일 스쾃을 한 후 단톡방에 기록을 인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앱을 켜면 멋진 몸매의 여성이 정확한 동작으로 스쾃을 한다. 나의 모습이 나오도록 핸드폰을 세워놓고 동작을 같이한다. 앱은 나의 동작을 인식해서 Great, Good, Bad를 알려준다. 10개씩 3세트 30개가 기본이고 속도와 개수 조절이 가능하다. 정상 속도로 하면 자세가 무너져서 나는 느린 버전을 사용했다. 처음 며칠은 의욕이 넘쳐 80~90개를 했으나 갈수록 30개를 간신히 채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번에 30개가 한계였던 내가 그 이상을 하려면 앱을 여러 번 켜야 했다. 그건 엄청 귀찮은 일이어서 그럭저럭 한 달을 체험하고 끝.
이 글을 쓰면서 핸드폰을 뒤져보았다. (혹시나?) 라이크핏이 아직 깔려 있네! 옛 생각이 나서 눌렀더니 업데이트를 하란다. 우와. 유, 무료 라이브 수업과 챌린지, 신체별 강화 운동, 단일 운동 등 몰라보게 다양해졌다. 이것은 거의 온라인 PT? 추억을 떠올리며 스쾃이나 해 볼까?
단일 운동 연습에서 ‘하프 스쿼트’ 초급 30개를 시작. 10개 할 때마다 30초씩 쉬는 시간이 있고 속도가 느려서 이름 그대로 완전 초보용이다. 예전의 동작 인식 기능을 ‘AI 운동’이라고 이름 붙였다. 아 그게 AI 기능이었구나. 정확도에 따라 Great, Miss를 알려 준다. 초급 30개는 부담 없이 할 수 있겠다. 좋아, 오늘부터 우리 1일이다. 콜? 그러나 그 후 며칠을 허벅지 근육통에 시달렸다. 너무 오랜만에 해서 적응이 안 되네. 다시 멀어진 스쾃이여.
한편 호시탐탐 힘들이지 않고 근력을 키울 수 있는 ‘도둑놈 심보용’ 운동을 찾던 중. 계단 오르기가 하체 단련에 그렇게 좋단다. 그러나 우리 집은 빌라 1층, 계단이 몇 개 없슈. 이가 없으면 잇몸, 꿩 대신 닭, 계단 대신 스테퍼! 이것 참 괜찮은 아이템이었다. 혹한 나는 옆구리와 복근까지 자극한다는 트위스트 스테퍼를 장만했다. 크기가 작아서 거실 구석에 있는 듯 없는 듯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코로나 와중에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낮에도 밤에도 할 수 있는 극강의 편리함!
처음에 멋모르고 연속 40분을 했다. 그러나 다음날 피곤에 절어 비실대는 부작용에 시달렸다. 30분을 해도 힘들고 20분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시행착오 끝에 매일 점심 식사 후 10분간 500회로 타협. 너무 물러선 거 아니냐고? 상관없다. 작게 시작해서 차차 늘려가는 게 내 방식이니까.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창대하길 바라며, 훗날의 목표는 하루에 30분까지! 만 보 걷기 외 보조 운동으로 매일 스테퍼 10분, 나쁘지 않은데? 운동에 관한 한 안분지족을 추구하는 나란 여자, 역시 간이 작은 여자.
외부 상황과 관계없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 난이도가 쉬운 것, 동작이 간단한 것, 일상생활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것,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그러나 지루하지 않은 것. 그동안 내가 한 입만 먹어 본 운동의 공통점을 뽑았다. 당신이 나처럼 게으른 데다 허술한 체력의 소유자라면 이런 운동을 고려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