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걸은 걸음 수와 걸으면서 찍은 풍경 사진을 간단한 소감과 함께 블로그에 올렸다. 몇 달이 지나자 ‘저도 소율 님을 따라 할래요.’ 하는 이웃님들이 생겼다. 각자 만 보 걷기를 시작했는데 곧 문제가 발생했다. 일주일쯤은 잘하다가 하루 이틀 빠지고 그러다 포기하고 결국 한 달을 채우기가 어려웠다. 즉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길게 유지하는 건 아무나 못 한다는 결론.
그때 떠 오른 대안이 ‘온라인 걷기 모임’이다. ‘이 좋은 걸 나 혼자 즐기기는 아깝지 않은가?’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그래서 탄생한 <만보클럽>. 사실 이 이름은 내가 지은 게 아니다. 회원님 한 분이 “만 보를 걷는 모임이면 ‘만보클럽’이네요!”라고 하신 말씀에 그대로 ‘만보클럽’이 되었다. 매일 각자 만 보를 걷고 카페에 기록을 공유한다. 같이 하니 의무감에 쉽게 포기를 하지 못한다.
코로나가 잠깐 잦아드는 시기엔 <걷기의 여왕>을 진행했다. 서울의 걷기 좋은 숲길을 걷는 모임이다. 안산 자락길, 남산순환 나들길, 서리골 서리풀 나들길을 걸었다. <소율소풍>은 걷기와 글쓰기를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과천 서울대공원의 ‘동물원 둘레길’을 걷다가 간식을 먹으며 소풍을 즐긴 뒤 대공원 호수 옆 아늑한 ‘호숫가 전망 좋은 길’에서 편지를 쓴다.
못 참게 여행이 고프면 제주도로 날아간다. 오직 걷기 위해. 주로 곶자왈과 숲 길만 걷는 나 혼자만의 트래킹이다. 코로나가 감기처럼 약해지면 사람들과도 함께 걸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