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차 항암 후 백혈구 수치 검사하는 날.
평소에 병원 갈 때는 남편이 태워다 주든가 택시를 타곤 했다. 오늘도 택시를 타려는데 마침 병원 쪽으로 가는 버스가 금방 왔다. 오호라, 택시비 좀 아껴볼 요량으로 냉큼 올라탔다. 컨디션이 버스 타도 괜찮을 거 같았다. 하나 빈자리는 없었다. 대충 왼쪽 어느 좌석 옆에 가 섰다. 몇 정거장 지나자 내 뒷좌석에 자리가 났다. 그 옆에도 어떤 여인이 서있었기에 당연히 그녀가 앉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착한 여인이 자리를 양보하는 게 아닌가? 금방 내리나 보다 싶어 “감사합니다.” 하고 앉았다. 속으로는 이게 웬 떡이냐! 요런 심보였다. 사실 막상 버스를 탔더니 무릎도 좀 쑤시고 해서 사양도 안 했다.
그. 러. 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던가. 난 이미 대머리, 아니 빡빡머리인데.
그 착한 여인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아, 난 바늘방석에 앉은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녀 : (내 모자와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몸이 많이 안 좋으신가 봐요?
나 : (허걱, 그런 말을 대놓고 하다니) 아, 네.
그녀 : (다시 내 시커먼 손톱을 빵꾸 나게 쳐다보며) 지금 어디가 많이 아프신 거죠?
나 : (다시 허걱, 도대체 왜 이러시나요?) 아, 네.
그녀 : 혹시 교회 다니세요?
나 : 아, 아뇨.
그녀 : 종교 없으세요?
나 : 네, 없는데요.
그녀 : 사람이 큰 병을 만나고 힘들 때는 하나님의 사랑이....... 어쩌구저쩌구......
나 : (이제 진땀 난다) 아, 네.
그녀 : 하나님은...... 블라블라......
나 : (흑흑, 내리고 싶다아~) 아, 네.
그녀 : 이럴 때일수록 하나님을 믿으시면 고통에서 벗어나 즐겁게 사실 수 있습니다.
나 : 저 지금도 즐겁게 잘 지내고 있는데요?
그녀 : 그러세요? 그래도 하나님은 어쩌구..... 블라블라......
나 : (오, 마이 가뜨!!!)......
아, 정말 쫌 쫌!!! 난감하다 못해 땡감, 썩은 감 맛이다.
‘아이구, 신이시여! 도대체 뭐라 해야 이 여인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나는 속으로 이렇게 부르짖고 있었다. 병원 예약 시간 다 되어가니 중간에 내릴 수도 엄꼬. 자리는 양보받은 마당에 대놓고 싫은 티를 낼 수도 엄꼬. 그렇다고 그녀의 설교를 얌전히 들어주자니 묘~하게 기분이 나쁘더라. 당황한 나머지 그저 썩소를 날리며 “아, 네.”만 반복하던 중.
의외의 해결책이 튀어나왔지 뭔가! 크하하~~~ 맞은편에 자리가 났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그녀의 블라블라 중간을 딱 자르며 외쳤다.
“저기에! 자리 났어요! 얼른 앉으세요!”
그녀 팔을 붙잡고 손가락으로는 저쪽을 가리키며 말이다. 강한 브레이크에 흠칫 놀란 그녀, 순간 상황 파악이 안 되는지 어리둥절해하더라. 나는 다시 한번 강한 멘트를 날렸다.
“자리 있다니까요! 빨리 가 앉으세요!”
마침 버스가 정거장에 섰다. 사람들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그녀, 냉큼 자리를 차지했다. 그녀도 그 순간엔 ‘설교 본능’보다 ‘아줌마 본능’이 쪼금 더 우세했나 보다. 푸하하~
휴~
드. 디. 어.
나는 그녀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었다!
크크크, 하나님은 그녀보다 내 편인 거 같다람쥐?^^
신이시여, 그녀 입을 다물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홍치마~~~
오늘의 교훈 :
푼돈 아끼지 마라.
공짜 좋아하지 마라.
역시 병원 갈 땐 택시를 타야 한다.
오늘의 부탁 :
제발 이런 식으로 전도하지 마시길.
제발 인간에 대한 예의 좀 지켜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