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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 Feb 04. 2018

이미, 전부

축복받았다

<2017년 10월 3일>



어제 아침 일찍 대공원을 걸으러 가는 길.
전날 비오고 날이 개어서인지
하늘이 더할나위 없이 파랬다.
우리 동네 문원동과 청계산 낮은 산길을 지나
대공원에 다다랐을 무렵 만난 빛내림.



보통 보던 그저 그런 빛내림이 아니라
말 그대로 찬. 란. 한 빛의 잔치였다.
나무들 사이로 쏟아지는 빛줄기.

햇빛은 언제나 저렇게 우리를 비춘다.
흐린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잘 보이지 않을 뿐,
아니 우리가 잘 보지 못할 뿐,
햇빛이 사라진 건 아니다.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언제 그랬냐는 듯 빛이 사라진다.
그저 평범한 만큼의 밝음만 느껴진다.
다시 빛 밖으로 나와서 아까만큼 조금 떨어져 보았다.
이제 다시 찬란한 축복같은 빛내림이 보인다.
살아있음을 노래하라는 자연의 축복. 



그런 거였다.
우리는 이미, 전부 축복받았다.
우리가 원하는 건 이미 다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
결국 자신의 눈을 뜨느냐 안 뜨느냐의 문제.
너무 가까이 있으면 보아도 볼 수 없다.
딱 적당한 만큼의 거리에 자신을 두어야 한다.

우리는 항상 빛 속에 있지만 
바로 그렇기에 그 빛을 보지 못한다.
가끔 인생이 나를 엿 먹이는구나 싶을 때도
실은 축복 속에 서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조금 떨어져서 시각을 달리 하면 
오히려 나에게 쏟아져 내리는 저 빛을 
확인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괜찮다, 다 괜찮다.
너는 이미 완전하다.
그저 축복 속에서 기쁨을 누려라.
그것이 네가 해야 할 전부다.
찬란하게도 빛은 그렇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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