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마켓에서 약초 득템!

올바른농부장

by 소율

제주에 일년살이를 온 목적은 곶자왈을 실컷 걸어보기 위해서였다. 여행으로 접한 곶자왈은 내게 영혼의 쉼터 같았다. 반면 탄산음료를 마시듯 곶자왈의 맛을 볼수록 더욱 목이 마르게 만들었다. 제주도에서 일 년을 살면서 그곳의 사계절에 흠뻑 빠진다면 천국의 문 앞에 들어선 기분일 것 같았다.


곶자왈을 지키는 단체 <곶자왈사람들>의 후원회원이 된 지는 10년쯤 되었나(넘었나)? 해마다 봄가을에 날아오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 소식에 침만 흘려야 했다. 제주로 자주 여행을 가는데도 그 일정을 맞추기란 거의 불가능했으니까. 제주에 살아야 참여할 수 있었다.


작년 겨울 제주도민이 되어 험난한 겨울을 통과했다. 그러나 코로나는 더욱 극성이었다. 오미크론의 번성 시대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곶자왈사람들>의 곶자왈아카데미는 3월이 되어도 열리지 않았다. 4월 중순, 드디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총 세 가지였다.


욕심과는 달리 '제주숲을 걷다' 하나만 신청했다. 금산공원에서 하는 '제주숲지도' 만들기는 패스. 유방암 경험자 출신의 체력으로 왕복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제주 지질 교육'도 이런저런 이유로 패스. 무리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숲길 걷기는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중.


혼자서는 가기 힘든 (거의) 야생의 숲길을 안내자 선생님과 동료 회원들과 함께 걷는 건 캬! 물고기가 물을 만난 형국이라. 회원들은 삼분의 이는 도민이고 나머지 삼분의 일은 나처럼 이주민이다. 제주 현지인들을 만나고 사귈 수 있는 점도 모임의 맛깔난 매력이랄까.


점심 도시락으로 갖은 약초 데친 것에 찰밥, 쌈장, 약차까지 가져오시는 분이 있다. 약초 전문가이신 J 쌤. 나야 달랑 김밥 한 줄이라 늘 옆에 붙어서 얻어먹는다. J 쌤 말씀이 한살림 제주 담을 매장 옆 잔디밭에서 플리마켓이 열린단다. 쌤도 참여하신다고 했다. 이름하야 '제주로컬푸드연구회 소속 올바른농부장.' 그럼 제가 응원 차 가봐야지요!


걷기 모임 회원이신 K 쌤도 오신다기에 거기서 만나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아 너무 피곤하다! 봄이 되면서 3월, 4월 내내 잠을 설쳤다. 이상하게 6시도 되기 전에 잠이 깨는 것이다. 커튼이 얇아서 그런가, 급기야 암막 커튼을 사서 달았는데 마찬가지. 더 자도 되는데 나는 왜 꼭두새벽에 일어나는가. 5시 반이 뭔가. 4시는 또 뭔가. 미치겠음.

일단 내비를 치니 55분 걸린단다. 에고 왕복 2시간이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만 사는 한시적 제주도민은 할 수 있는 경험은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지. 나는 머리를 굴렸다, 조금 덜 피곤한 쪽으로. 김녕까지 차를 몰고 갔다가(약 15분 걸림) 동네에 주차하고, 급행버스 101번을 타고 제주 시내로 간다. 거기서 플리마켓까지 택시로 이동. 음하하, 괜찮군.


제주 버스터미널에 내려 택시를 탔다. 한살림 담을 매장의 주소는 '월광로 12' 그런데 기사님은 엉뚱한 곳에 차를 세웠다. '저기요, 여기가 아니거든요?' 기사님은 '월랑로 12'로 가신 것이다. 나 참, 마스크 사용의 비애인가. 다시 월광로로 달려(주세요)!



제주는 뭐가 달라도 다른 걸까? 뭔 한살림 매장이 저리 멋있나! 오른쪽 잔디밭은 호텔의 정원인 줄. 우리 동네 과천의 한살림 매장을 생각하면 여왕과 하녀의 격차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꽤 넓은 잔디밭에 플리마켓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바로 우리 J 쌤 발견! 싱싱한 약초들과 직접 꺾은 고사리가 놓여 있었다. 나는 물론 약초와 고사리, 숨겨둔 쌈장까지 세 가지를 샀다. 한 봉지에 만 원인데 들어간 양은 3만 원 아니 5만 원어치?! 마구 퍼주셔서 구입이 아니라 선물이 되어 버렸다. 멀리 촌구석 행원리에서 왔다고 대접받았네. 옆집에서 스콘 두 개 또 구입.



빵, 옷, 화초, 목공예품 등등 여러 가지를 판다. 오랜만의 쇼핑에 들뜬 나는 가운데 핸드폰 가방을 또 샀다. 인도에서 왔다는데 걷기 모임 할 때 메고 다니면 딱 좋겠다. 그런데 인도산치고 너무 비싼 게 흠. 내가 지금 인도를 갈 수 없으니 그냥 사야지 뭐. 그래도 맘에 쏙 들었다. 걷기 모임에서 계속 사진을 찍으면서 이동하기에 그냥 핸드폰을 손에 들고 다닌다. 요 가방을 어깨에 메고 폰을 꺼냈다 집어넣다 하면 아주 편할 것 같다.


배가 고파서 인도 짜이와 샌드위치로 점심 식사를 했다. 인도 짜이는 향신료가 너무 들어가서 걸쭉한 맛. 포카라에서 매일 마시던 짜이가 생각났다. 나는 인도 짜이에 비해 가벼운 네팔 짜이가 더 좋다. K 쌤을 만났지만 놀지는 못했다. 갑자기 일이 생겨 급하게 가셔야 한다고. 다음에 찐하게 놀아요.



집에 돌아와 산 것들을 펼쳐 보았다. 뱃속에 들어간 짜이와 샌드위치 빼고도 쌈장, 고사리, 약초, 빵. 종이봉투 안에 들었던 약초가 저리 많다. 총 여덟 가지. 곰취, 달맞이꽃순, 삼잎국화, 땅두릅, 삼백초, 신선초, 오가피,라고 합니다. 맨 끝에 한 가지를 더 주셨는데 이름을 까먹었다. 약초를 가장 효율적으로 먹는 방법은 살짝 데쳐서 쌈장 넣고 싸 먹기라고 하셨다.



크크크 비장의 핸드폰 가방. 파란 꽃 뒷면이 더 이쁘네. 사진은 커 보이지만 실제론 아주 작다. 카드 지갑보다 약간 크고 내 손바닥만 하다. 핸드폰과 카드, 현금을 넣으면 맞춤이지요! 쇼핑에 택시 값까지 적지 않은 돈을 썼지만. 만족하면 된 거 아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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