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과 다짐, 매일 사소한 것이라도!

대충이라도 아무거라도 짧게라도.

by 소율

<2022. 8. 12>


지난 글이 7월 24일,

3주 만에 다시 글을 씁니다.

그 부러운 제주살이를 하면서 왜 그럴까?

날마다 쓸 거리가 넘칠 것 같은데 의외로 아닌가?

작가라면서 글쓰기가 싫은 건가? 귀찮은 건가?


여러 가지 추측을 하실 수 있겠네요.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저도 핑계가 있긴 해요.



3주 전, 오매불망 기다리던 베트남 수정 원고가 도착했답니다.

1주일 안에 손봐서 넘겨달라는 출판사 요청.

처음엔 간단할 줄 알았죠.

이미 2년 전에 내지 디자인까지 마친 '거의' 완성된 원고였으니까요.

(참고로 원래 2020년 2월 출간 직전, 코로나 때문에 무기한 연기된 상태였음)

지난 1차 수정 작업도 어렵지 않았고요.


결과적으로 2주일간 밤낮없이 퇴고에 매달렸어요.

(하루에 10시간씩 작업을 했슈. ㅜㅜ)

그동안 보이지 않던 구멍이 숭숭숭 뻥뻥뻥.

심봉사가 눈 뜬 것처럼 갑자기 온갖 결함이 계속 발견되는 거예요.

원고가 항해하는 배라면 난파될 지경이었달까요. 흑.


퇴고는 해도 해도 끝이 안 나고요,

저는 자괴감과 열등감에 시달리며 원고를 고쳤습니다.

드디어 월요일 밤 8시, 마침표를 찍었네요.


부연하자면, 저는 직장에서 퇴직을 한 것처럼 일을 완전히 내려놓고 온 사람이 아니에요.

엄청나게 바쁘고 대단한 일은 아닐지라도 제 일을 병행합니다.

사는 공간이 과천에서 제주로 바뀌었을 뿐.

그저 제주에서 즐기기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얘기죠.


베트남 원고 외에도 <유방암 경험자입니다만>을 5월에 출간했고, <딱세줄> 모임을 진행했었지요.

기한 안에 일을 마쳐야 할 때마다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외출 불가.

제주살이에 대한 글이야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할까요.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사람의 한계랍니다.


어쨌든 여기까지 변명.




이후 화수목 3일은 볼일을 처리하고 조금 쉬었어요.

오늘이 금요일.

다시 책상에 앉아 저를 돌아보는 중.



제주 일 년 살이, 이게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일이라는 걸 잘 알아요.

운이 따라줘야 하고 최소한의 돈이 있어야 하고 또한 시간을 낼 수 있어야 하죠.

더욱 중요한 건 '용기'고요.


물론 아름다운 제주에서 사는 게 참 좋아요.

하지만 어렵고 힘든 점도 못지않아요.


오름이 많은 동쪽 지역, 조용한 시골, 타운하우스, 혼자임.

모든 장점의 뒷면마다 단점이 숨어 있더라고요.

장점과 단점은 하나의 세트랍니다.


동쪽에 치우쳐 서쪽이나 남쪽을 가기 어렵고요.

시골이라 생활시설이 너무 멀어 불편하고요.

방해받을 일 없는 타운하우스여서 외려 지루하고요.

혼자이기에 자유롭고 또 외로워요.

주변의 자연이 전부인데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말짱 소용없네요.

(춥고 덥고 비 오고 습하고, 의외로 날씨 궂은날이 더 많아요)


6개월쯤 되니까 고비가 찾아오데요.

제주 시내 쪽으로 옮겨볼까, 아니 다 때려치우고 집으로 돌아갈까.

고비는 귀차니즘이 해결사!

(승계를 포함한) 이사도 돌아가기도 엄청난 에너지가 드는 일.

그게 더 귀찮았어요.


특히 내내 저를 괴롭히는 것.

(위에 늘어놓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시간조차) 제주살이에 대한 글을 충분히 쓰지 못한다!

쓸 거리가 없는 건 아닌데 어떻게 잘 구성할까 생각이 많았어요.

사진으로 도배하는 포스팅은 싫고 뭔가 내실 있는 글을 쓰고 싶었죠.

그러다 놓치는 순간이 쌓여갔어요.

어영부영 아까운 시간은 자꾸 흘러가네요.

벌써 일 년 중 반 이상이 지났거든요.


안 되겠어요!

핑계 늘어놓지 말고 변명하지 말고 매일 글을 쓰겠습니다.

사소한 거라도 대충이라도 아무거라도 짧게라도.


각 잡고 힘주고 쓰려다 더 못하게 됩니다.

가볍게 일기 쓰듯 그냥 기록 자체에 의미를 두려고요.


이상은 다짐입니다.




공언을 해놓았으니 약속을 지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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