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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 Jan 31. 2023

점 빼기, 이럴 줄 몰랐습니다만

미루었던 점 빼기, 겨울이 가기 전에 해야 하는 점 빼기.

세상 귀찮았다.


12월에 매주 치과와 내과를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으, 또 병원을 가야 하다니. 문제는 벌써 1월 말이고 곧 겨울이 끝나간다는 것. 점 빼기는 원래 겨울 한정 계절 행사 아니던가. 이번 겨울을 놓치면 내년 겨울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었다.   


흔히 미관상의 이유로 점을 빼지만 건강상으로도 점을 빼는 게 낫다고 들었다. 점은 점점 커지고 진해지고 뭉치다가 나중에 안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운이 나쁘면 말이다.


집을 나선 지난주 금요일. 엉덩이는 무거워도 마음은 가벼웠다. 8년 전 피부과에서 몇 달 동안 기미 치료를 받으며 점도 같이 제거했다. 그때 놓쳤던 귀쪽 턱 밑 큰 점 몇 개. 1주일 동안 보호 테이프를 붙이고 관리를 하는 게 번거롭긴 하겠지만. 정면에서 안 보이는 지점이고 겨우 대여섯 개.


그러나 간호사의 설명에 뒤통수를 맞았다. 턱 밑은 물론이고 얼굴 전체에 작은 점과 사마귀가 아주 많단다. 대충 쳐도 30개는 넘는다나? 게다가 웬 사마귀??? 그저 얼룩 아녀? 내가 얼굴로 먹고사는 직업도 아니고 말이야, 약간의 색소 침착은 누구나 있는 것 아닌가. 언감생심 오십 중반에 결점 없는 피부를 바라지도 않습니다만.


나는 잘 모르는 분야에 관한 한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는 편이다. 피부과에서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간 김에 한꺼번에 해야지, 남겨 둘 수도 없는 노릇. 그리하야 공사가 커지고 말았다.


마취 크림을 바르고 30분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레이저실. 아팠다! 생각보다 꽤 아팠다. 전에 할 땐 별로 통증을 못 느꼈던 것 같은데. 아마 예전의 기미 치료 후 피부가 더욱 얇아진 모양이다. 얼굴을 포함하여 내 몸은 열과 상극이다. 유방암 치료 시절 방사선을 쬘 때도 나만 유독 화상이 심했다.


가능하면 레이저니 방사선이니 하는 열 치료는 안 하는 게 좋다. 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 야속하기만 하여라. 병원에선 보호 테이프를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조각조각 잘라 붙여주었다. 일주일 동안 매일 아침 식염수로 소독하고 테이프를 갈면 된다.



'듀오덤'이라는 보호 테이프를 처방받았다. 근데 이놈을 얼굴에 붙여 놓으면 그리도 흉측할 수가 없었다.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와 나를 보곤 화들짝 놀라더라. 얼굴에 화상을 입은 줄 알았다고. 자그마치 31곳, 얼굴 전체라 할 수 있다. 덕지덕지 갈색 테이프로 뒤덮인 얼굴은 정말 화상 환자 같았다.


나는 색깔이 거의 투명하고 더 얇은 '메디폼'이란 제품을 새로 샀다. 듀오덤보단 나았다. 피부색과 비슷해서 덜 흉측하긴 하다만. 역시 남들 눈엔 도긴개긴이겠네.


오늘도 약속이 있고 내일은 독서 모임 첫날이다. 이 얼굴로 어떻게 나가지? 사람들이 기겁을 하겠구나. 절대 마스크를 벗을 수 없겠어. 아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스크 해제 날이건만. 망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할걸.


테이프를 붙이는 것도 큰일이었다. 족히 한 시간은 넘게 걸린다. 처음엔 작게 자르기가 귀찮아서 넓게 붙여보았다. 피부가 숨을 못 쉬는지 종일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역시 조각내어 붙이는 이유가 있구만. 이게 얇다 보니 종이와 테이프를 떼는 자체가 참으로 힘들었다. 잘 안 보이는 부위는 손거울로 비춰 간신히 붙였다.


금요일까지 4일이 남았다. 그동안 잘 버텨보자. 앗 잊었던 말이 떠오른다.


"그런데 목에도 점이 엄청 많으세요. 얼굴보다 더해요. 이건 얼굴 다 나은 뒤에 빼셔야 할 것 같아요."


끈적거리는 게 싫어서 목에는 선크림을 전혀 바르지 않았다, 평생. 이거슨 인과응보?


아 원망스러운,

점 점 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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