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윤독 1기>, 첫 만남에 고백이라니!

여행작가와 함께하는 독서모임 <달팽이윤독> 후기

by 소율

달팽이윤독 모임 첫날, 과천의 한 빌딩. 마스크를 쓴 여인네 둘이 각기 엘리베이터에 올라탑니다. 여인 1, 그녀가 3층을 누릅니다. 여인 2, 저는 생각합니다.


'설마 타샤의책방에 가시나? 오늘 오시는 수강생인가?'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여인 1이 책방 앞으로 갑니다. 그리고 잠긴 문을 엽니다. 여인 2는 마스크 위 그녀의 눈을 쳐다봅니다. 순간 네 개의 눈동자가 환해집니다.


"어머! 소율 쌤이세요?"

"어머! 연주 쌤이세요?"


그녀는 책방의 직원, 책방은 10시에 문을 열고 저는 10시에 달팽이윤독 모임을 합니다. 곧 서점의 불이 켜집니다. 온풍기가 돌고 난로가 붉어지기 시작합니다. 잠자던 공간이 깨어납니다. 그녀는 커피 머신을 예열합니다. 저는 세미나실에 들어가 가방을 풉니다.


이윽고 모임에 참여하시는 회원님들이 도착합니다. (안타깝게도) 목 디스크가 재발한 한 분을 제외하고 모두 세 명. 저를 포함해 네 명입니다. 멀리 분당에서 2명이나 오셨고 저희 동네 과천 분이 1명입니다. 아, 저 포함 동네 사람 2명이군요.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 지 않아도 괜찮다는 개똥철학의 소유자가 바로 접니다. 셋도 충분히 좋습니다. 인원이 단출하면 한대로 밀도 높고 더욱 따스한 모임이 될 확률이 높지 않겠어요? 물론 다섯 명도 열 명도 좋습니다.


운영자가 먼저 말문을 엽니다. 자기소개를 해야겠지요?


"저는 여행작가 소율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여행 에세이 <그래서, 베트남>을 출간했고요. <중년에 떠나는 첫 번째 배낭여행> <고등학교 대신 지구별 여행> <유방암 경험자입니다만>을 썼습니다....... 윤독 모임은 다른 책 모임과 달리 이 자리에서 소리 내어 책을 읽습니다. 윤독 모임만의 매력에 여러분도 풍덩 빠지시길 바랄게요. 우리 오늘부터 즐겁게 읽어 보아요!"


이름이 왜 '달팽이윤독'인지도 설명합니다. 꼬물꼬물 기어가는 달팽이처럼 느리게 천천히 그러나 완독의 열매는 튼실하길 바라는 마음이고요. 귓속의 달팽이관처럼 책과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도구가 되길 바라는 소망을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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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주문한 커피가 나옵니다. 타샤의책방은 독립서점이자 북 카페거든요. 항상 질 좋은 원두를 사용하는 덕에 커피가 아주 맛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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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돌아가면서 회원님들의 소개와 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듣습니다. 낯선 모임에 신청하기까지 걱정도 되고 망설이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을 겁니다. 다들 용기를 내어 여기까지 오셨을 테죠. 코로나 이후 새해에 새로운 벗들을 만난 기대와 설렘으로 얼굴이 반짝반짝합니다.


우리 달팽이들의 첫 책은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입니다.


1번 타자는 바로 저, 운영자가 낭독을 합니다. 저야 물론 미리 책을 읽고 선정을 한 거지만요, 소리 내어 읽으니 한 문장 한 문장이 새록새록 다가옵니다. 읽는 양은 스스로 정합니다. 즉 읽다가 힘들어지면 거기까지. 제가 챕터 1, 2를 읽고요. 뒤이어 한 명씩 챕터 3, 4, 5까지 읽습니다.


참, 제가 집에서 쿠키를 가져왔습니다. 아들이 회사에서 받아온 건데 많이 달지도 않고 고급 진 맛이더라고요. 커피와 함께 찰떡궁합 아니겠습니까?^^ '쿠키+커피 타임'을 즐기며 오늘 읽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주인공인 '시선'이란 인물은 독특한 캐릭터이다. 요즘 여성들의 상황에 비하면 심시선은 20세기의 개척자였다."


"소설 속 시선의 손녀들처럼 내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나의 엄마가 생각났다. 만약 시선처럼 다른 경로로 살았다면 뭐든 하실 수 있지 않았을까?"


"아버지도 아버지로서만 바라봤는데 아버지를 뺀 남자로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요즘 인기 드라마인 '더 글로리'가 떠올랐다. 남편은 '드라마니까 그렇지'라고 상황을 해석한다. 나는 실제 피해자 중에서 과연 몇 명이나 그런 복수를 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조금 부끄러워하면서 살짝 어색해하면서 하나둘 감상이 흘러나옵니다. 가끔 샛길로 빠지다가 또 내 가족의 이야기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소설이 아무래도 '시선'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그녀로부터 뻗어 나온 딸들과 아들, 손녀들에 대한 서사니까요.


분위기는 내내 온화하고 정겨웠습니다.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알차게 마무리되었지요. 첫 만남이 어떠셨을지 저도 궁금했는데요. 어머나, 참석하신 분들이 저보다 먼저 카페에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제가 감기몸살로 누워있는 사이에 말이죠. 감동이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첫날 첫 고백"
속으로는 낯가림인데 겉으로 아닌척했어요~

50이 넘어 이것저것 볼 것 안 볼 것 다 보고 굳이 어색하지 않아도 되는데 첫 만남은 아직도 어색해서요.

첫 수업 전날까지는 설레임 가득했어요~

첫 수업 끝나고는 설레임은 없어졌지만

탐독하고 말을 나누는 시간이 마음을 크게

하고 시간을 빠르게 가게 하더라구요~

쌤의 철철 흐르는 여유를 닮고 싶고

같이 수업하는 분들의 참함과 예쁨도 부러웠구요~기분 좋은 만남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윤독과 만남 두 배의 즐거움"

책도 잘 안 읽는 내가 신년이라고 괜한 마음을 먹은 걸까 첫 만남에 앞서 두려움에 살짝 고민도 했지만, 일단 시작이 반이니까 절반은 성공?

새로운 만남도 좋았고 책도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주까지 기다리기가 매우 힘드네요. 그래도 미리 읽고 가기보다는 함께 새로이 읽으며 감상을 나누고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신날 것 같아서 애써 참고 있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설렘과 고백이라뉘!

책 읽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고 있다뉘!

이런 아름다운 분들을 보았나!

저도 다음 만남이 몹시 기대됩니다.^^




달팽이윤독에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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