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만보

워킹 사피엔스가 되실 분?

서울대공원 동물원둘레길 걷기

by 소율

오래된 과천 사람, 여행작가 소율입니다. 지난번에 문원동에서 산길을 넘어 서울대공원 뒷길로 가는 법을 알려드렸죠?

아래 글 참조.



20230217%EF%BC%BF101355.jpg?type=w966
20230217%EF%BC%BF101837.jpg


오늘은 동물원둘레길을 다녀왔어요. 뒷길에서 동물원 정문 쪽으로 빠지지 말고, 주황색의 자동차 방역 터널이 있는 길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냥 직진하시란 얘기여요. 척 보면 알아요. 오두막 같은 초소와 통행하는 문이 있으니까요. 여긴 몇 년 전만 해도 동물원 티켓을 사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구간이었어요. 코로나 덕분에(?) 무료입장이 가능해졌답니다. 코로나가 도움이 되는 일도 가끔은 있다는 사실.


저 안쪽 길이 동물원둘레길(4. 5km)과 산림욕장(7km)으로 이어집니다. 산림욕장은 작년 여름 집중호우 피해로 통행금지라고 현수막이 붙어있어요. 하지만 문도 열려 있고 출입을 제지하는 직원이 없답니다. 제 예상이 맞았군요. 동물원둘레길은 무사통과입니다. 저희 집에서부터 걸어갔다 오면 대략 6km, 만 이천 보 가량 됩니다. 살짝궁 오르막 내리막도 있어서 가벼운 운동 목적으로 적합해요.


20230217%EF%BC%BF101957.jpg?type=w966


방역장 옆의 울타리에 그려진 대공원 호수 전경. 꽤 멋있죠? 가운데 회색 다리 하며 하얀 새가 실제랑 똑같아요. 솔직히 2월은 길이 아주 매력적이진 않아요. 아직 나무도 헐벗었고 쌀쌀하거든요. 3월이 되면 새싹이 돋고 야생화가 피기 시작해 훨씬 생동감이 느껴져요. 뭐니 뭐니 해도 단풍 드는 가을이 단연 최고 시즌이랍니다. 그땐 멀리서 찾아온 방문객들로 북적거립니다.


20230217%EF%BC%BF102633.jpg?type=w966


정면에서 해가 비치어 점점 따뜻해집니다. 그러나 저는 모자를 더욱 눌러썼어요. 점 빼고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잖아요, 조심해야죠. 뒤에서 삼삼오오 여성들이 걸어오고 있습니다. 백 퍼센트 동네 사람입니다. 가벼운 평상복을 입었잖아요. 등산복에 배낭 차림이면 청계산이나 산림욕장을 가는 등산객이지요. 산림욕장 입구에 출입통제라고 쓰여있고 붉은 줄이 쳐져 있습니다. 여길 오시는 대부분의 등산객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인데요, 많이 아쉬워하시겠어요.


20230217%EF%BC%BF103426.jpg?type=w966
20230217%EF%BC%BF104143.jpg?type=w966


길 왼쪽이 동물원 안이에요. 어린이 놀이터가 보이는군요. 동물 울음소리, 까치 소리, 개울물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긴 '소리 구간'. 오른쪽에 작은 얼음 폭포가 있어요! 가락가락 얼어붙은 물줄기가 선연해요. 겨울이란 놈이 뒷방으로 물러가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위용이 당당하군요. 하지만 그 안에서 녹은 물이 줄줄 흐르고 있어요. 곧 해빙, 봄이 머지않았다는 증거.


20230217%EF%BC%BF104525.jpg?type=w966


안 그래도 '미술관 옆 동물원' 촬영지 팻말이 왜 안 나오지? 했거든요. 무려 1998년 영화! 25년이나 되었다니. 지나칠 때마다 새삼스레 놀랍니다. 저는 이 영화를 (아직도) 안 봤답니다. 동네 사람으로서 봐줘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요즘 너무 재밌는 K-드라마, K-영화가 많아서 옛날 것은 눈이 안 가요. 심은하가 언제 적 심은하야? 매번 같은 말을 속으로 되뇌게 됩니다. 이것이 진정한 곰탕 재료? 얼마나 우려먹을 것인지 두고 봐야겠어요. 흐흐흐.


집중호우 피해 지역인가? 공사 차량들이 서있어요. 겉으로 봐선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요?? 계곡물이 흘러내려오는 중간중간에 설치한 돌막이가 무너진 것 같아요. 그동안 복구를 많이 했나 봅니다. 저는 자꾸 멈추어서 가방을 열어야 했어요. 찬바람만 맞으면 고장 난 수도꼭지마냥 콧물이 찔찔... 겨울 산책길에 티슈를 챙기지 않는다면 저는 내내 훌쩍이가 될 거라는...


20230217%EF%BC%BF110715.jpg?type=w966
20230217%EF%BC%BF110823.jpg?type=w966


제가 '얼룩말 구간'이라 부르는 장소입니다. 길이 둥그렇게 휘어지면 바로 '무지개다리 구간'으로 이어집니다. 여기가 절반 지점이에요. 스마트 밴드에 5000보가 찍혔어요. 다리를 건너서 오른쪽 위로 가면 산 중간에 호수가 나와요. 날씨가 맑을 땐 초록색 숲의 반영이 비쳐서 무척 아름다워요. 아 여기도 출입 금지되었어요. 길 따라 왼쪽으로 직진합니다. 이젠 해가 뒤에서 빛납니다. 제 그림자가 앞으로 길게 늘어지네요.


풀도 잎사귀도 꽃도 없으니 산책길이 조금 심심합니다. 내리막길이라 아까보단 걷기가 편하군요. 역시 숲은 연두와 초록으로 우거져야 제맛이죠. 여길 저는 '좌숲우숲'이라고 부른답니다. 여름엔 잎이 우거진 가지들이 잔뜩 머리 위 하늘로 드리워지거든요. 그 푸르름 속에서 걸어야 제대로인데 2월은 역시 허전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열심히 걸어야죠?


20230217%EF%BC%BF112354.jpg?type=w966


하늘에 리프트가 보여요! 길의 종점이 가까웠단 뜻입니다. 계속 걷습니다. 먼지떨이기가 두 대 설치되어 있어요. 넵, 먼지는 털고 가야죠. 포장도로여서 먼지랄 것도 없지만 괜히 바지랑 신발에 바람을 쏴줍니다. 드디어 녹색 출입문에 다다랐어요. 입장시간 9시~4시라고 적혀 있습니다. 주민인 저는 사실 5시 이후에도 들어간 적이 있어요. 여름에는 상관없지만 겨울엔 금방 어두워지니까 시간을 지킵시다(나만 잘하면 됨).


11865보. 집에 돌아와 확인한 걸음 수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길게 걸었어요. 제주살이 할 때는 서너 시간 걷는 게 기본이었는데요. 육지인으로 컴백한 후론 이런저런 이유로 걷기에 소홀했습니다요. 봄도 오겠다, 점점 걷기 좋은 시절이 도래합니다. 다시 '걷는 인간'으로 돌아가야겠어요. 헬스장도 등록해 놓았으니 비 온다는 핑계도 원천봉쇄. 저랑 같이 워킹 사피엔스가 되실 분, 손!


20230217%EF%BC%BF121508.jpg?type=w96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8년 차 과천 주민이 서울대공원을 걷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