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반갑다, 매봉아!

자주 만나는 거야

by 소율


1.

내가 매봉까지 오르다니!

올라가면서도 '정말 매봉까지 갈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오늘은 유독 컨디션이 좋았다. 보통은 1 약수터까지만 간다. 1 약수터를 지나 2 약수터, 그 위 오르막까지 수월하게 올라갔다. 그래, 가는 데까지 한번 가보자. 그렇게 조금 더 조금 더 하다가 드디어 맨 꼭대기로 가는 계단까지 왔다. 이 계단만 오르면 매봉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 계단쯤이야. 드디어 매봉에 올라섰다! 이렇게 뿌듯하고 자랑스러울 수가!


남편과 아들에게 문자를 날렸다.


"나 지금 매봉에 올라왔어!"


여행과 수술 이후로 처음 와 보는 것이다. 한 2년 만이다. 감개무량이란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오랜만에 보는 매봉은 여전하다. 아래로 과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약수터와는 바람의 맛이 다르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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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7단지에 살다가 문원동으로 이사 온 지 4년.

이 동네는 과천에서 비교적 저렴하고 외진 주택가이다. 한마디로 아파트 단지보다 모든 면에서 불편하다. 그래도 좋은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청계산이 5분 거리라는 것. 여행 전에도 청계산 중간 봉우리인 매봉까지 자주 등산을 했다.


항암이 끝나고는 5월부터 청계산에 가기 시작했다. 그래 봐야 1 약수터까지 가는 게 고작이었다. 예전에는 30분이면 가던 곳이었지만, 1시간이 걸리다가 점점 40~50분 정도로 단축되었다. 5월부터 7월까지는 거의 매일 등산을 했다. 항암 후 체중이 5킬로나 늘었던 탓이다. 체중도 줄여야 했고 체력도 키워야 해서 기를 쓰고 다녔다.

그러다 브레이크가 걸린 건 방광염 때문이다. 장마철 무더위에 너무 무리를 했는지 방콕에서 처음 생겼던 급성 방광염이 다시 온 것이다. 의사는 무조건 푹 쉬라고, 등산은 어림없다고 했다. 그런데다 지난 8월이 얼마나 끔찍하게 더웠는가? 쉬는 김에 더위가 한풀 꺾이는 9월 초순까지 푹 쉬었다.


그 뒤로 띄엄띄엄 가다가 10월 들어서는 다시 열심을 내었다. 무엇보다 날이 시원해서 등산할 맛이 났다. 추워지기 전에 이 좋은 날씨를 즐겨야지. 그동안 단련한 결과일까, 아니면 요 며칠 잠을 푹 자서일까? 환자가 되기 전처럼 매봉까지 너끈히 오를 수 있을 줄 몰랐다. 물론 시간은 배가 걸렸지만. 달팽이라도 좋아라~~~ 느려도 여기까지 왔다는 게 대견할 뿐^^.


어제까지만 해도 그랬다.


'과연 올해 안에 매봉을 가볼 수 있을까?

체력이 예전처럼 돌아가려면 아직도 멀었나 봐.'


그런데 오늘 이렇게 멀쩡하게 매봉을 오르다니. 가장 큰 공은 아무래도 '잠'인 것 같다. 한 달쯤 잠을 통 못 자서 3일 전에 약을 바꾸었다. 이 약을 먹고서는 7,8시간쯤 잘 잔다. 여전히 중간에 한두 번씩 깨기는 하지만 곧 다시 잠드니까 괜찮다.


그동안 그렇게 피곤했던 건 역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였구나. 미련하게 한 달씩 잠을 잘 못 자는데도 굳이 병원 예약 날짜만 기다렸다니. 진즉에 가서 약을 바꾸었으면 그 고생을 안 했을 것을. 어쨌거나 잠이 보약인 것이여! 앞으로도 잠만 잘 자면 일상생활이 순조롭겠구나.



3.

다시 만난 매봉아,

정말 반갑다!

우리 이제부터는 자주 만나는 거야,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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