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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 Jul 20. 2023

뒤늦은 코로나 경험기, 여전히 나에게 잘하지 못했다


뭐든 늦게 겪는 편. 얼마전 코로나 환자가 되었다(가 나았다). 남편도 아들도 두 번씩이나 걸렸는데 그동안 나만 무사했다. 상대적으로 접하는 사람이 적어서였다. 코로나 첫 해였던 2020년에는 운영하던 사무실을 닫고 걷기에 집중했다. 다음 해도 온라인으로만 조금 일을 했다. 작년에는 제주살이 일 년. 전반적으로 타인과 접촉이 적었다.


코로나 시국도 풀리고 여행도 풀린 올해. 그동안 멈추었던 여행 강의가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6월에만 일이 살짝 몰렸다. 오해는 마시라, 대단한 지경은 아니고. 단지 몇 년을 쉬다가 일을 하려니 힘이 들었다. 워낙 소문난 저질 체력이다. 다시 한가해진 7월부터 동사무소 문화센터 수업을 두 개나 듣기 시작했다.


결론, 6월과 7월에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피로가 쌓였고 면역이 약해진 틈으로 코로나가 (드디어?) 내게도 달려들었다. 첫 백신 1차, 2차와 2가 백신을 더해 총 세 번의 백신을 맞았다. 그 덕에 이나마 버티지 않았을까. 증상은 감기몸살과 똑같았다. 으슬으슬 춥고 열이 났다. 목구멍이 아프고 근육통이 심했다. 사실 코로나가 아니라 감기인 줄 알았다.


설상가상으로 아침에 식탁에 앉으려다가 잠깐 쓰러졌다. 감기약을 담아놓았던 종지가 산산조각이 났고 남편이 달려왔다. 나는 몇 초 정도 기절한 채 누워있었다. 2년에 한 번 꼴로 일이 초 기절하는 경우가 생겼다. 아마 2018년부터였던 것 같다. 자고 일어난 후 걸어가다가 갑자기 어지러워지면서 내가 바닥에 누워있는 것이다. 동네 병원에선 '미주신경성 실신'이 의심된다고 했다.


처음엔 무척 놀랐다. 그러나 자주는 아니고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벌어졌다. 때문에 경각심이 덜했다. 이번엔 전보다 누워있는 시간이 길었다. 세게 넘어졌는지 이마에 붉은 혹이 튀어나왔고 양 허벅지에 멍이 들었다. 깨진 종지에 베지 않아 다행이었다. 겁이 덜컥 났다. 미주신경성 실신이건 뭐건 진즉에 제대로 검사를 받았어야 했어. 어쩜 나는 이리도 무심했을까.



일단 감기부터 치료하자고. 단골 내과에서 코로나 진단을 내렸다. 아침에 쓰러진 얘기를 들은 의사는 역시 미주신경성 실신일 거란다. 그래도 한 번은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대학병원에 가라며 그는 진료의뢰서를 써주었다. 나는 십 년 넘게 다니는 서울성모병원에 순환기내과 외래를 예약해 놓았다.


그날부터 일주일은 코로나를 앓는 시간이었다. 평소 약한 부분인 왼쪽 무릎과 발목이 많이 아팠다. 날마다 비가 쏟아지고 습도가 높아서 더 그런 것도 같았다. 옛날 어르신들이 무릎이 쑤시니 곧 비가 오겠다고 하던 게 내 상황이 될 줄은. 몸살이 나면 꼭 거기부터 통증이 생기곤 한다.


나는 거의 침대에 누워 지냈다. 몸은 아프지만 생각을 하기는 좋았다. 할 일이 많아도 어차피 할 수 없으니까. 편하게 핑계를 대고 잠시 포기할 수 있었다. 대신 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유방암 환자가 되었을 때 나를 내 딸처럼 돌보자고 다짐했다. 나만은 완벽한 내 편이 되자고 말이다.


만약 내 딸이 2018년에 쓰러졌다면 2023년이 되도록 검사도 받지 않게 놔두었을까? 딸이 괜찮다고 했어도 아마 당장 병원에 끌고 갔을 것이다. 결과가 별 거 아닌 걸로 나왔어도 아마 항상 세심하게 살폈을 것이다. 가끔 같은 일이 반복되면 아마 가슴 아파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쓰러지지 않게 할까 아마 걱정하고 고심했을 것이다.


내가 나에게 해주지 않는 걸 남이 해줄 리가 없다. 남편도 자식도 형제자매도 결국 남이다. 가족에게 아쉬워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겠다. 나는 나에게 서운해야 한다, 왜 자신을 더욱 사랑하지 않았느냐고. 타인은 언젠가 나를 떠날 운명. 나를 지키고 나를 아껴주고 끝까지 나와 함께할 이는 오직 나뿐이다. 예전부터 나의 표어는 '나나 잘하세요!'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에게 잘하지 못했다.


원색적인 욕심을 말해볼까. 내 강의에 수강생이 몰려들었으면 좋겠다. 내 책이 몇 쇄씩 팔리면 좋겠다. 자식 다 키워놓고 오십 넘어 하는 일이지만, 기왕이면 크게 흥하고 싶다. 그러나 모든 소망은 건강과 체력이 받쳐줘야 가능한 것. 그게 우선이다. 당연한 이치인데 자꾸 잊는다.


재수가 나쁘면 백 살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아 그런 일은 제발 일어나지 않기를. 제때 잘 죽고 싶다, 너무 일찍도 말고 너무 늦지도 않게. 적당한 나이에. 사는 동안은 최대한 팔팔하게 살아야 할 텐데. 나는 곧 내 딸이다. 단순하게 이것만 기억하자. 아파봐야 정신을 차리는 나는 참 아둔한 사람이다. 얼떨결에 아픔은 기간제 스승님이 되었다.



이제 코로나 증세는 대부분 사라졌다. 아직 피곤하고 두통이 남아있긴 하지만. 뒤끝 있는 코로나 녀석 같으니. 예쁜 내 따님은 어제부터 조심스레 아침 걷기를 시도했다. 살살 운동하고 살살 일하며 살살 인생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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