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딸꾹질의 노래

나는 나를 아주 잘 알아야 한다

by 소율

<2013년 12월 4일>



자다가 문득 딸꾹질이 났다.

느닷없었다.

나는 잠에서 깨어 딸꾹, 딸꾹, 노래하듯 반복했다.

몸이 추운 줄 몰랐나 보다.

나는 내 몸에게 미안해서 얼른 이불 두 겹을 목까지 끌어올렸다.

한참이 지났다.

그래도 딸꾹질은 멈추지 않는다.


나 추웠어, 딸꾹

자는 동안 나 추웠다고, 딸꾹

몸이 칭얼댄다.

그래, 그래, 이젠 괜찮을 거야.

마음은 가만가만 달랜다.

그래도 딸꾹질은 멈추지 않는다.


고치처럼 폭 쌓인 내 몸은 이제 열이 난다.

조금 있으면 더워질지도 모른다.

딸꾹질 안 해도 될 만큼 따뜻한데도 몸은 못내 서운한가 보다.

아직도 하소연이다, 딸꾹, 딸꾹, 딸꾹...


나는 드디어 더워진다.

목에서 이불을 슬쩍 내렸다.

몸은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는데도 억지로 우는 아이마냥

아쉬운 듯 몇 번 딸꾹거리다가

겨우 멈추었다.


조금씩 유방암 환자라는 자각이 옅어지는데

몸은 아직은 아니라고 이렇게 신호를 보낸다.

환자라는 옷을 입은 뒤로 체온조절이 어려워졌다.

금방 더워지고 금방 추워진다.

종일 입었다 벗었다 부산스럽다.

여름엔 무조건 시원하게 입고

겨울엔 무조건 따뜻하게 입고 본다.


외출할 때는 늘 무게를 재본다.

나가는 즐거움과 힘들어지는 체력 사이에서 저울질을 한다.

즐거움이 아무리 클지라도 체력을 넘어선다면

그 외출은 포기(해야)한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나는 자꾸 나를 과대평가하고 싶어 지니까.

금방 들통날 눈속임.

집에 돌아올 때쯤, 아니 그 이전부터 선택이 적절했는가는 이미 판별 난다.


나는 나를 아주 잘 알아야 한다.

구석구석 속속들이.

한밤에 딸꾹질의 노래를 듣고 싶지 않다면.



* 이 매거진은 유방암을 겪으며 살아온 세월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2011년 11월 유방암 수술을 받았고 이어진 치료과정에서 썼던 유방암 경험 기이지요.

실제 이 글을 썼던 시기는 2013년입니다.

간혹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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