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잘 왔구나
<2017년 1월 1일>
2017년 1월 1일.
오십이 되었다.
아직 젊음이 남아있던 30대만 해도 나의 50대를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착실히 나이를 먹어 오십 줄에 무. 사. 히. 다다랐다.
내가 오늘 느끼는 감정은 안도감이다.
그래, 휴~ 여기까지 잘 왔구나.
유방암을 겪은 후로는 나이 먹어 가는 것이 큰 선물이다.
늙어갈 기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심정으로 새로운 50대를 덥석 받아 안았다.
가끔 남편이 묻는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고.
나는 과거 그 어느 때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다.
지금이 좋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40대도 좋았고
이제부터 시작될 50대도 기대된다.
장기여행을 하다 보면 참 신기한 게 있다.
겨우 익숙해졌던 나라를 떠나 또 새로운 나라에 도착했는데
의외로 금방 그 나라에 적응하게 된다.
말도 다르고 풍경도 문화도 화폐도 특히 사람이 달라지는데
그래도 하루 이틀 있다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반대로 이런 아이러니도 존재한다.
여행경력 10년이면 이제는 제법 베테랑이겠거니 싶지만,
새로운 나라에 처음 가면 또다시 초보 여행자가 된다는 사실.
나는 오늘 막 국경을 넘어 '오십'이라는 나라로 입국했다.
아직은 낯설지만 곧 익숙해지겠지.
이 나라에서만큼은 다시 초보일지라도
새로운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골목골목 씩씩하게 누벼 보련다.
여행은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