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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 Jun 29. 2018

금니 팔아 돈벌었다!

금니 팔아요~

<2017년 10월 29일>


내 평생 이빨 팔아 돈벌어 보기는 처음이다, 캬캬캬~~~^^

10여 년 전 아래 어금니 4개를 금으로 씌울 때,
아직은 40대 초반인데 치아가 벌써 이 모양이라니 폭삭 늙어버린 기분이었다.

두달 전에 그 어금니 중 하나를 치료하는데 너무 아파서 진통제를 하루에 네 알이나 먹기도 했다.
며칠 동안 고생은 고생대로 하다가 결국 뽑아야만 했을 때,
참으로 착잡했다.
이제는 늙었다는 감상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무서운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6개월이나 걸린다는데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귀찮을 거냐고!
돈도 많이 든다고!

치과에서 어금니를 뽑고 나서 금니를 가져갈 거냐고 묻더라.
가져가서 팔면 몇 만원이 나온다는 것이다.
오잉?! 
몇 만원이나?
그럼 당근 가져갈게요!

그러고 두 달.
어디 가서 이걸 파나???
길거리에 서서 "금니 팔아요~~~" 하고 외쳐야 하나???



과천 시내 구두 수선방에 뙇! 적혀 있는 말.
금이빨 삽니다!!!


안으로 들어가 수줍게 말했다.
"저... 금니 가져왔는데요."
아, 이거 웬지 웃기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

그 다음 벌어진 상황은 완전 흥미진진. ㅋㅋㅋ
인상좋게 생긴 주인장은 손바닥 반만한 까만 철판(?) 같은 것을 꺼내놓고 나의 금니로 줄을 몇 번 그었다. 
나는 호기심 천국에 온 듯 눈을 반짝이고서 들여다 보았다.
그러더니 내 눈에는 딱 순간접착제로 보이는 하얀 액을 그 위에 발랐다.

"음, 금이 맞군요."

마침내 터져나온 한 마디.
아, 이게 진짜 금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작업이었어! ㅋㅋㅋ
주인장 분위기가 완전 진품명품 판정하는 전문가 느낌이야! ㅎㅎㅎ

"이 줄이 그대로 있으면 금이 맞고요, 줄이 없어지면 금이 아니거든요."
"어머, 가짜를 가져오는 사람도 있나요?"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요."

그러더니 무게 재는 전자저울로 보이는 것을 꺼내 나의 금니를 올려 놓았다.
<23>이란 숫자가 생겼다.

"2만 3천원입니다."

그 순간 갑자기 <24>로 변한 숫자.
액수가 적혀 나오는 저울이라니.
여기 구두수선방이 아니라 무슨 신기한 마법 가게 같아. ㅋㅋ 

"아, 천원이 더 올랐네요. 2만 4천원입니다. 파시겠어요?"
"네네.^^"

주는 대로 받아야지 제가 뭘 아나요?^^
이건 뭐 조선시대 머리카락 팔아 가족을 먹여 살린 아낙네 같은 필이지만,
나는 2만 4천원을 받아들고 너무 웃겼다.
마침 지갑에 현금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렇게도 수입이 들어오다니.



어느새 임플란트에 대한 두려움은 싹 잊어 버리고 혼자서 킥킥거렸다.
이 귀한 돈을 사진 찍어 남편에게 카톡 전송.

"나 금니 팔아 돈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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