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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 Jun 29. 2018

공간이 달라지면 시간도 달라진다

나만의 작업실

<2017년 11월 5일>



드디어 작업실을 결정했다. 캬캬캬~^^
바로 우리집 거실이다.
어제 토요일 내 방에 있던 책장과 책상을 옮기고 인터넷 선도 거실로 다시 깔았다.
요렇게 작업실 완성!



과천 시내에서 4, 5평 되는 사무실을 얻을까,
인덕원역 근처 소호 사무실 1인실이나 2인실을 얻을까,
고민이 많았고 며칠 동안 살펴 보기도 했다. 만.
일단 내년까지는 1년을 이렇게 '거실 작업실'에서 일해보려고 한다.

과천시내는 월세는 감당할 만 하지만 인테리어비와 관리비가 들고 두어달 씩 여행을 떠나면 빈 공간에 생으로 월세가 나간다.
인덕원은 보증금과 기타 비용이 안 들지만 월세가 비싸고 결정적으로 공간이 너무 좁다.
숨 막혀 죽을 듯. ㅠㅠ

둘을 비교하자면 실제 들어가는 돈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마음으로야 너무너무 내 작업실을 갖고 싶지만  아직은 좀더 때를 기다려야 할듯 싶다.

제3의 대안인 거실 작업실은 과천과 인덕원 사무실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일단 비교적 넓고 덤으로 탁 트인 전망과 화장실, 소파, 싱크대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
월세도 안 든다. ㅋㅋㅋ
다만 강의가 있을 땐 여전히 사당역 스터디룸을 빌려야 하지만.

집에 있기 때문에 살림과 구분이 안 되고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는 하다.
그래서 작업실을 따로 마련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또 집에서 일을 하면 남편뿐 아니라 부모님, 지인들도 내 일을 일종의 취미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예전에 한 2년간 교육사이트에 글쓰는 알바를 했을 때도 일이 아닌 취미 취급을 받았다.
결혼 초 잠깐의 직장색활 말고는 거의 전업주부로 살아온 탓에 그러려니 할지라도 기분이 나쁜 건 사실이다, 흥! 
물론 생계를 책임지지도 않고 수입도 적지만 그렇다고 유한마담이 심심해서 하는 일은 절대 아니므로. 
많든 적든 남의 돈을 받는 일은 취미가 아니라 일이 맞습니다, 맞고요.

능률 문제는 내 의지에 달린 것인데, 바로 그 의지, 그게 제일로 힘든 것. ㅠㅠ
어쨌거나 이렇게 된 이상, 사무실을 얻으면 하려고 했었던 10시 출근 5시 퇴근의 규칙을 지키려고 한다.
남편에게는 10시부터 5시까지는 내가 집에 없고 출근했다 여기고 잡다한 집안일 하기를 요구, 부탁하거나 기대하지 말라고 못 박았다.
과연 잘 지켜 줄라나???
나 역시 5시 이후에만 집안일을 신경쓰기로 다짐했다.

원래는 이사올 때부터 거실을 작업실 겸 서재로 쓰려고 했으나 거실에 책장과 책상이 나오는 걸 남편이 절대 반대했다.
이해는 한다.
그동안 아들이 자랄 때까지 내내 그렇게 살아왔고 이제는 눈에 걸리는 게 없는 깨끗한 거실을 갖고 싶어했다.
남편은 허리가 아파서 매일 누워서 코어운동을 하는데 무언가를 놓으면 운동할 공간이 좁아지니 그것도 싫어했다.
안 그래도 전보다 더 작은 집이다. 
그래서 가장 큰 방에 책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집어 넣었고 침대까지 들어가니 침실 겸 작업실이 되었다.
거실은 낮에는 텅 비어 있다가 밤에는 그의 운동 공간이 되었다.

문제는 그 방이 제대로 된 작업실 구실을 못 한다는 데 있었다.
벽을 보고 책상에 앉으면 답답했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글을 쓰는 시간보다 인터넷 서핑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옆에 침대가 있으니 일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는 공간일 뿐.
낮잠이라고는 전혀 못 자는 체질이라 낮에 눕는 일은 없는데도 침대가 있는 방은 그저 침실이었다.
이제는 남편에게 그 큰 방을 주었다.
모든 남편 물건을 몰아 넣어도 운동 공간이 나왔다, 다행이다.


거실에 마련한 작업실은 생각보다 꽤 마음에 든다.
이 집으로 이사하면서 책과 책장을 팍 줄인 덕에 벽을 많이 가리지는 않는다.
(남편이 젤 싫어하는 게 책장들이 온통 벽을 다 가리는 것 ㅋㅋ)
작은 책장은 붙박이처럼 구석 빈 공간에 쏙 들어가 안성맞춤.^^
나머지 책장 하나는 다른 방으로 집어 넣어 분산시켰다.



특히 넓은 거실 창으로 앞산과 파란 하늘이 보이니 속이 다 시원하다.
ㅋㅋ 요 전망이 우리집의 엄청난 매력포인트.^^
침대가 없으니 제대로 일할 맛이 난다.
소파에 앉아 커피 한 잔 하는 것도 분위기 나고.

이렇게 했는데도 정 집에서는 일이라는 걸 할 수 없구나 싶으면,
그때는 망설임 없이 사무실을 마련하겠어!(새삼 결심)

공간이란 참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공간이 달라지면 시간도 달라진다.
공간이 시간의 질을  좌우하기도 한다,
아니 내 경우에는 확실히 좌우한다.

공간은 주체를 둘러싼 환경이다.
주체가 뿌리 깊은 나무처럼 단단하다면 환경이 어떻든 상관없이 흔들리지 않겠지만 (나같은) 보통의 허약한 존재들은 그렇지가 않다.
어디에 있든 마음이, 의지가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그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역시 환경이다.

여행이 그렇다.
단지 공간이 바뀌는 것인데 그 바뀐 공간 속에서 경험하는 시간은 분명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공간은 시간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나같이 역마살이 있는 사람은 특히 더 공간의 영향을 받는 듯.

그래서일까, 
이사를 하지 않더라도 1, 2년에 한번씩은 가구 위치를 바꾼다.
인테리어까지는 아니지만 살아봐서 불편하면 자꾸 이리저리 바꾸게 되는 것이다.
가구 옮기기와 여행은 서로 통하는 구석이 있구나.

파랑새를 찾으러 세상을 헤매다 돌아오니 결국 파랑새는 집에 있었더라,
라는 이야기가 있다.
집 안에 있던 파랑새를 발견할 수 있는 눈도 세상을 돌아다녀 본 후에 트인 것일 터.
집에만 가만히 앉아 있었다면 끝까지 파랑새를 보고도 몰랐을 수 있잖아.
청개구리 같은 나의 해석.

변화가 마음에서 비롯될 수도 공간에서 비롯될 수도 있고 혹은 그 두 가지가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할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일단 시도해 보는 것.
그것이 우리의 할 일.

Just do 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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