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보아야 사랑스럽다.

인식과 의식 사이에

by 노는여자 채윤

잠시 들여다보지 않았던 스마트폰을 열어보니, 상단에 여러 아이콘이 반짝이며 나를 맞이합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아래로 드래그하자 새로운 알림들이 가지런히 줄을 서 있습니다.
대충 눈으로 훑은 뒤, 알림 하나하나를 왼쪽으로 밀어냅니다.

그러면 그것들은 마치 한 번도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립니다.


인식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고, 의식은 그 눈을 바라보는 ‘마음’이라고 하죠.

나는 분명 모든 알림을 인식했지만, 마음으로 의식하지 않았기에 기억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사물을 인식하면서도, 그 사물을 바라보는 마음을 자주 놓치곤 합니다.
떠내려간 알림들처럼, 인식은 했지만 의식하지 않은 수많은 순간들이 조용히 우리 곁을 지나갑니다.

우리는 이렇게 많은 것들을, 스스로도 모르게 밀어내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어느 날, 매일 지나던 길모퉁이에서 처음 본 듯한 꽃이 아름답다고 느껴지죠.

하지만 그 꽃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답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The Invisible Gorilla Experiment)’이라는 인지심리학 실험이 있습니다.


1. 참가자들은 흰옷과 검은옷을 입은 두 팀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영상을 봅니다.

2. 실험자는 참가자들에게 "흰 옷을 입은 사람이 몇 번 패스하는지 세어보세요"라고 지시합니다.

3. 영상 중간중간에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등장하며 카메라 앞을 천천히 지나가며 가슴을 두드린 후 퇴장합니다.

4.영상이 끝난후 "고릴라를 본사람이 있나요?"라고 묻습니다.


놀랍게도 절반이상의 참가자가 고릴라를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습니다. 주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세상은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눈앞에 있어도, 마음이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말합니다.


“나를 길들여줘.”


어린왕자가 “길들인다는 게 뭐야?”라고 묻자, 여우는 대답하죠.


“그건 관계를 맺는 것이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너는 내게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길들임은 서로를 마음으로 바라보고,

반복된 시간 속에서 의미와 애정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이별의 순간 여우는 눈물을 흘리며 말합니다.


“너 때문에 내가 슬퍼졌어.

하지만 네 덕분에 밀밭이 황금빛으로 보여.”


길들여진 마음은 세상을 다르게 보게 만듭니다.
인식이 마음을 만나 의식이 될 때,
세상은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이지요.



이처럼 우리는 같은 세상을 살지만, 그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깊이에 따라 삶의 질과 풍요로움은 달라집니다. 성과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일 걷는 길에 피어 있는 꽃을 알고 살아간다면

그 하루는 훨씬 더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세상은 가까이 보아야 사랑스럽고, 내 마음도 가까이 보아야 사랑스럽습니다.


의식 없이 인식만 하고 살아간다면 모든 순간은 흘러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인식 없이 의식만 한다면 우리는 내 안에 갇혀버리겠지요.

세상에 대한 인식과 그것을 바라보는 의식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우리는 더 풍요롭고 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때야말로 나 자신을 알고, 세상을 사랑하는 눈이 열린 순간일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그 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사랑을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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